"우리가 노력하면 일본과 한국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독도와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일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오사카(大阪)의 기시와다(岸和田) 고교는 특별한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달 23일 무대에 올리는 한일 모의 정상회담.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과 일본팀으로 나뉘어 회담을 준비해 온 20명의 학생들은 마무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도 교사인 다니이 다카오(谷井隆夫·45)씨는 한류 열풍 등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게다가 수교 40주년을 맞는 한국을 좀더 진지하게 알아보자는 뜻으로 학생들에게 이 행사를 제안했다. 학생들은 행사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제가 어려워 주저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점점 몰입해 갔다. 특히 양국의 외교관들이 모의 정상회담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조언도 해주자 열기는 더욱 높아갔다.
가장 큰 고비는 최근 한일 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학생들은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특히 한국 대사관 김강수(44) 영사의 조언을 들었을 때는 충격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김 영사는 2월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상호 이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고, 특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양국의 과거 역사와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일반적 인식을 설명해 주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그다지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슬프다" "일본인들은 그런 (부정적인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지를 배울 기회가 적다. 자기 나라 사람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소감을 적어 김 영사에게 팩스로 보냈다.
학생들은 ‘상호이해’ ‘북한’ ‘경제’ ‘인적교류’를 모의 정상회담의 4대 의제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적교류반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학생 각각 10만명을 ‘한국역사를 배우는 여행’과 ‘일본 문화와 마음을 아는 여행’에 파견하자"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서울-오사카 해저터널을 뚫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등 학생다운 신선한 의견들이 속출하고 있다.
다니이 교사는 "일본과 한국의 진정한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양국의 우호관계가 깊어지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이 어른이 된 후 이 같은 경험을 살려 교류한다면 두 나라는 더욱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