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하겠다."
이승엽(사진)이 완전히 달라졌다. 3일 1군 복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타자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를 받겠다는 백의종군의 의지를 지인들에게 밝혔다. 최근 상승세로는 뭔가 ‘큰 것’도 노려볼만 하겠지만 "거창한 목표를 가질 입장이 아니며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그의 스윙에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6일 세이부 라이온스를 상대로 한 시즌 2호 우월 솔로홈런을 보자. 상대투수 사바사키 가즈히로는 풀카운트에서 이승엽의 약점인 몸쪽 공략을 위해 직구처럼 오다가 몸쪽으로 휘는 구속 135㎞의 컷패스트볼(Cut Fastball)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볼을 끝까지 보면서 몸의 중심을 볼 뒤에 두고 타격 순간 역발산의 힘을 토해내는 배팅으로 큰 포물선을 그렸다. 2003년 56호 홈런을 때릴 때 보던 동작 그대로다. 이승엽의 타격지도를 맡고 있는 김성근 롯데 순회코치는 "시범경기 때만 해도 타격 때 상체가 앞으로 쏟아졌지만 자기 스윙이 비로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4경기 연속안타에 2경기 연속홈런, 타율 3할5푼3리의 상승세는 ‘단내 나는 훈련’ 덕분이다. 그는 "데뷔 후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기 후에는 꼭 300~400개의 티 배팅으로 스윙을 가다듬고, 몸쪽 공 등 테마를 정해서 약점보완에 신경을 쓴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개막초 2경기 연속홈런을 때린 뒤 슬럼프에 빠져 2군으로 추락한 전력이 있기에 재기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밑바닥을 처절히 맛본 그의 비장한 각오가 일본정복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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