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은 어느 의료기관보다도 연공서열에 의한 권위주의적 성격이 심하고, 무사안일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원장으로 임명된 데는 이러한 우리병원의 어려운 부분을 풀라는 보건의료계의 기대가 모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 공모를 통해 1일 국립의료원장에 임명된 강재규(50) 신임 원장은 "매서운 매의 눈동자로 국립의료원(NMC)을 새롭게 혁신하겠다"면서 "제가 특급 선단 지휘소가 돼, 기름이 떨어진 배는 기름을 보충하고, 물이 새는 배는 수리하고, 엔진이 고장 난 배는 엔진을 교체해 침체된 NMC에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우선 의료원내 인사제도는 모두 공모를 통해 공정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1958년 스칸디나비아 3국에 의해 설립된 NMC는 60~7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선진의료기관으로 명성이 높았으나, 90년대 민간 대형병원 설립이 가속화하면서 오랜 기간동안 정체된 상태로, 국가의료기관이라고 하기엔 현재 역할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는 "병원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재 정립 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민간병원과 차별화한, 소외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의료보건의 중심 병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서민이나 소외 계층들도 우리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은 후 민간 대형병원 못지 않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원장은 우선 NMC를 대형병원이 다루지 않는 분야, 즉 노인성 질환, 치매, 응급의료, 감염질환, 중독, 폐질환, 취약계층의 다빈도 질환 등을 집중적으로 진료, 연구, 치료하는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민간병원에선 재정적 어려움으로 투자를 꺼리는 희귀 난치성 질환, 국가적 전염성 질환, 대형참사 및 재난의 응급의료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다. 그는 "대형 병원들이 병상 수를 경쟁적으로 확충 시켜 나가고 있어, 2~3년 내 일반 종합 병원들은 더 경영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우리나라의 열악한 공공의료분야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NMC는 국가중앙의료원으로 확대개편하기 위해 이미 참여정부 출발시 보건복지부내 공공의료확충 태스크포스 팀이 설치됐고, 현재 보건복지부내 국가중앙의료원 설립 추진단이 가동되고 있지만 이전키로 예정됐던 부지(서울 서초구 원지동)가 용도변경이 어려워지면서 부지 확보조차 답보 상태이다.
그는 "NMC가 국가중앙의료원으로서 확대되려면, 국가중앙병원, 한방병원, 장기이식관리센터,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을 활성화 혹은 강화해야 한다"면서 "공공성 및 국가 의료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현 병원 상태는 너무 어려움이 많고 부지 또한 협소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사업은 원장 혼자만으로 되는 사업은 아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국가병원이 되기 위해선 정부와 유관부처의 긴밀한 협조도 절실하다"면서 "NMC의 기적창조를 도와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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