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 1인당 GDP 24위, 과거 10년간 노동생산성 증가율 2위, 수출액 9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최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는 우리 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그 중 하나는 여성 인력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남녀 고용 차별과 여성 고용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 여성 고용에 관한 자료를 보더라도 여성의 고실업, 남성 근로자 대비 상대적 저임금, ‘유리 천정’이라 불리는 관리직 진출의 한계, 여성의 저임금 일자리 등의 문제는 각국이 풀어야 할 공통의 과제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2004년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표한 국가별 고용평등지수를 보면 사정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민간 부문 여성 고용 102위, 남녀 임금 평등 98위, 모성 보호 관련 법령이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 102위로 전체 104개 평가 대상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8%에 불과하며, 이 중 대졸 여성의 취업률은 57.1%로 OECD 평균 77.9%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출산과 육아로 여성들이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하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임금 등 근로여건이 이전 직장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직간접적인 여성에 대한 고용 차별을 완화하고, 직장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고용 차별,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저출산 심화, 잠재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기업에서는 모집, 채용, 승진, 배치 등 경력 관리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또한, 기업이 여성 근로자 채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원인들도 단계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한다. 산전후 휴가 기간에 사업주가 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과 같이 여성 근로자 채용에 따른 추가적 비용은 우리 사회가 점차 짊어져 나가야만 한다. 동시에 ‘일하는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육아 문제도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해 온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를 법제화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고용 차별을 완화하고 여성 고용을 확대하는 기반이 되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기업으로 하여금 능력과 실적에 따른 합리적 인사 관행을 뿌리 내리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스티븐 코비는 "지식노동경제 시대에는 산업시대와 달리 여성들의 독특한 재능과 능력이 미래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으므로 여성 인력 활용과 여성 리더를 키우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 발전의 열쇠는 여성 인력의 효율적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여성 고용 촉진은 경제성장의 관점에서도 국가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행이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변화의 주체는 기업과 근로자 자신이다. 정부의 노력과 제도 개선에 발맞추어 노사 스스로 ‘남녀가 서로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이를 기업의 경영 혁신에 활용해야 한다. 고용 평등을 통한 다양성의 확대로 우리 경제를 창조적이고 역동적으로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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