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기만 하던 아기가 엎드려서 머리를 가누고 고개와 가슴을 높이 쳐들게 됩니다. 그러더니 점점 어른들이 식사하거나 먹는 것을 보게 되면 수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입을 오물거리면서 무엇이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가 옵니다. 이 때가 바로 이유식을 시작할 준비가 돼 가고 있다는 아기들의 표시입니다. 아기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4~6개월 사이에 이러한 발달이 이루어지므로 이 때 이유식을 시작합니다. 이유식은 너무 빨리 시작하면 설사나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이 증가되거나 영양실조와 비만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또한 너무 늦게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면 성장이 지연되거나 면역기능 저하, 영양소 부족, 편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기들의 발달정도와 적응정도에 따라 개개인에 알맞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0개월된 남아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외래진료를 왔는데, 검사결과 특기할만한 질병이 없었으나 성장속도가 점점 떨어져 영양상의 문제로 판단돼 영양교육실을 찾았던 아기가 있었습니다. 아기 식사를 평가해보니 백일쯤부터 미음으로 이유를 시작하면서 조제유와 시판 가루이유식을 4:1로 섞어서 하루에 5번씩 먹이고 있었습니다. 호박죽, 참치죽, 야채죽 등을 번갈아 하루에 2차례, 그리고 치즈와 오렌지 주스를 하루에 한번씩 먹이고 있었습니다. 이 아가의 문제점은 조제유에 시판 가루이유식을 탐으로서 우유의 열량이 낮았고, 죽으로 먹인 분량과 열량이 적어 하루에 아가에게 필요한 열량의 80% 정도 밖에 먹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죽은 먹는 분량에 비해 열량이 적으므로 월령에 따라 6~8개월에는 죽을, 9~10개월에는 진밥을, 11~12개월에는 밥으로 적절하게 진행을 시켜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아기의 경우 조제유는 가루이유식을 섞지 않은 조제분유만으로 하루에 3~4회 정도 주도록 하고, 10개월의 월령에 맞게 죽보다는 진밥과 고기, 생선, 달걀, 두부 등의 단백질 식품과 야채류로 적절한 이유식을 구성하여 2끼 식사와 2끼 간식으로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2주 후에는 체중이 100g 정도 늘어 성장속도가 회복이 되는 경향을 보였고, 이유식도 많이 개선됐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 흔히 잘못을 범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판 가루 이유식을 조제유에 섞어서 우윳병으로 주는 경우 입니다. 시판 이유식을 우유와 함께 주면 열량공급이 떨어질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식품이 섞여 있으므로 알레르기 또는 소화에 문제가 되는 식품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단일 식품으로 하나하나씩 만들어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시판 가루이유식을 우윳병에 넣어 먹이면 편하지만 스푼으로 떠먹여 씹는 동작과 손동작 등의 발달을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생우유는 언제 먹이는 것이 좋은가요? 생우유에는 단백질, 나트륨, 칼륨, 인, 마그네슘 등이 많이 들어 있으나, 당분, 구리, 비타민C, 비타민 B 등의 함량이 낮고 특히 철분 함량이 매우 낮습니다. 일찍부터 조제유나 모유 대신 생우유를 먹게 되면 철결핍성 빈혈이나 비타민C의 결핍이 초래될 수 있으며, 우유알레르기에 의한 위장출혈 등의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생우유는 1세 이후에 먹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1세 이후에도 적절한 이유식을 주지 않고 생우유를 지나치게 많이 먹이면 철분과 구리의 결핍으로 빈혈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하루에 600㎖정도가 적당합니다.
이유식을 만들 때 간을 맞추어야 하는지요? 아가들은 모든 음식을 처음 접하게 되는 과정이므로 다양한 식품재료에 대한 맛에 익숙해지도록 함으로서 편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찍부터 짠맛에 길들여지면 짠맛을 선호하게 된다는 보고가 있고, 신생아들은 짠맛을 느낄 수 없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이유식은 간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기가 새로운 이유식을 지나치게 먹지 않을 경우 멸치, 다시마 국물 등을 이용하여 맛을 내면서 약간 간을 맞추어 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기들에게 이유식은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성장이 빠르므로 정상적인 성장과 발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올바른 식습관이 형성되도록 아기들의 발달에 맞추어 적절한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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