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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公 '러 유전' 새 의문점/ 이광재 의원 녹취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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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公 '러 유전' 새 의문점/ 이광재 의원 녹취록 공개

입력
2005.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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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7일 ‘철도청 유전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의원님들께 드리는 글’을 내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 동안 가급적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으나 이날은 작심한 듯 자신의 비서관들과 사건 관련자들 간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녹취록에는 핵심역할을 한 철도청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의 녹취록이 빠져 있었고 몇 가지 새로운 의문점들이 있었다.

◆ 이광재 의원 해명

이 의원은 이날 10쪽짜리 해명자료를 통해 "사업 추진과정에 서로 이권이 충돌돼 네 탓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왜 이렇게 무리한 일이 진행되었는지 나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작년 여름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이 찾아와 유전개발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석유전문가인 허문석씨의 연락처를 알려줬다"며 "나중에 허씨가 ‘전씨를 잘 아느냐’고 묻길래 ‘잘 모른다.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이런 사기사건의 속성상 결국 책임 떠넘기기가 상투적 수법이고 그들의 변명에 의해 제가 피해자가 될 것 같아 녹취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 비서관은 "녹취 시점은 3월 25~29일"이라고 밝혔다.

새로 드러난 사실들과 의문

녹취록에 따르면 허 씨는 "전 씨를 만나러 호텔에서 가보니, 전부터 잘 알던 왕영용 본부장이 있었다"면서 "나중에 보니 전 씨와 왕 씨가 ‘형님, 동생’하며 나에게는 알리지 않고 두 번이나 현지를 다녀왔다" 주장했다. 허 씨는 러시아 비자까지 받아 놓고도 가장 중요한 현지답사에서 두 번씩이나 배제됐다는 사실을 밝혀 전 씨와 왕 본부장의 커넥션 의혹을 은근히 제기한 셈이었다.

허 씨는 "철도청이 전씨의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주식을 모두 인수했다며 나에게 대표이사를 하라고 한 후 나의 주식 5%도 이튿날 0.1%로 줄여놓았다"며 "왕 씨가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청이 우리은행으로부터 계약금을 대출받기 위해 부도 상태였던 전씨의 지분을 인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허 씨의 지분이 축소된 경위, 왕 씨가 이를 주도한 이유는 새로운 의문으로 남는다. 러시아 회사와 계약 파기과정에서도 명목 상의 대표이사인 허 씨는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 씨는 "나도 사실 철도청이 참여한 게 의아했다"며 "회사가 부도가 나서 KCO 지분을 작년 9월 15일 120억원에 넘겼다"고 말했다. 허 씨가 전 씨와 철도청 측에서 자신을 배제시켰다고 설명한 부분과 배치된다.

이 의원측 자료에는 쿡에너지 권광진 사장이 허 씨와 신광순 철도청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120억 중 36억을 받을 게 있는데 안 준다"며 "그걸 안 내놓으면 뉴스나 신문에 발표하겠다"고 협박한 내용도 나온다. 당초 전 씨와 권 씨의 KCO 지분은 60%였고, 권 씨 지분은 그 중 18%였다.

이 의원측 설명에 따르면 권 씨가 내용증명을 보낸 시점은 녹취 한 두 달 전인 1월말이나 2월초가 된다. 철도청이 러시아 회사와 계약을 파기한 시점이 11월 중순이기 때문에 사업 성공을 전제로 한 계약은 이미 원인 무효가 된 상태였다. 권 씨가 단순히 돈을 못 받게 되자 협박했는지, 다른 이면계약이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 사건 관련자들의 언급

이 의원의 녹취록에 대해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은 측근을 통해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항들은 감사원에서 모두 다 밝혔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특별히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녹취록 중 이 의원이 허 씨를 전 씨에게 소개해 준 경위 등은 그 동안 허 씨나 전 씨가 증언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씨는 며칠 전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이 의원의 소개로 허 씨를 알게 됐다"며 "내가 유전개발 분야를 몰라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니까 사심없이 소개해 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녹취록에서 허 씨가 "호텔에서 우연히 철도청의 왕영용 씨를 만나 유전 얘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는 부분은 다른 관계자의 증언과는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앞서 전 씨는 "허 씨가 사업 얘기를 듣더니 자신이 돈을 끌어오겠다고 했다"며 허 씨가 주도적으로 철도공사를 끌어들였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오히려 허 씨는 녹취록에서 전 씨와 왕 본부장이 사업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말이 엇갈리고 있다.

대전=허택회기자 htheo@hk.co.kr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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