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시기가 당초 전망보다 1분기 정도 앞당겨질 것 같다"며 경기낙관론 설파에 앞장섰던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한 달도 못돼 "회복세가 일시 주춤하고 있다. 원래 전망이 맞는 것 같다"고 경기진단을 번복했다. 경기예측에 관한 한 최고 권위가 부여된 중앙은행의 경기전망이 한 달새 낙관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박 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다"며 "2·4분기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부터나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과 민간소비 심리지표 등은 개선되고 있지만 생산과 건설부문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게 그 이유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말 내놓은 ‘2005년 경기전망’에서 1·4분기에 경기는 바닥을 친 뒤 2·4분기부터 회복국면에 진입, 3·4분기부터는 5%대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출호조와 주가상승을 바탕으로 연초부터 소비심리와 민간지출이 뚜렷하게 해빙되는 모습을 보이자 박 총재는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작년말 전망보다 1분기 정도씩 앞당겨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즉, 1·4분기부터 회복국면에 진입해 2·4분기부터 5%대 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박 총재는 당시 "이렇게 되면 4.0%로 예상했던 연간 성장률이 다소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랬던 박 총재가 한 달만에 ‘조기회복론’을 철회하고, 작년 말의 원래 전망치로 되돌아간 것이다. 박 총재는 건설경기 부진과 국제 고유가를 이유로 들었지만, 한 달새 ‘갈 지(之)’자 진단을 내놓음으로써 "경기 등락보다 한은총재의 전망등락이 더 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매달 금통위 후 중앙은행 총재의 입을 주시하는 시장의 혼란도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한편 앞서 열린 금통위는 이달 콜금리 목표를 전달과 같은 3.25%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다. 박 총재는 "현재의 경기흐름을 볼 때 거시정책의 완화기조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당분간 금리인상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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