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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로 변한 낙산사 '참혹'/ 천년고찰의 위용·향기도 '연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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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로 변한 낙산사 '참혹'/ 천년고찰의 위용·향기도 '연기처럼…'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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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였다. 6일 새벽까지 시뻘건 불을 날름거리던 강원 양양 낙산사는 날이 밝자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밤새 소방차 12대를 동원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지만 이미 잃어서는 안될 모든 것들을 잃은 상태였다. 중요 와당(건물) 15채 가운데 불에 탄 13채는 모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어른 허리 높이로 쌓여 있는 잔해만이 건물이 서 있던 위치만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천장을 지탱해 주던 기둥과 서까래 수십여 개가 수c짜리 거대한 숯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그 위에 검게 그을린 기왓장들이 산산조각 난 채로 흩어져 있었다.

보물 1362호를 모시고 있던 원통보전 역시 폭삭 내려앉아 있었고, 신선한 물을 콸콸 내뿜던 감로천에는 시커먼 재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원통보전 터 주위에는 소방용 호스까지 불에 타 말라붙은 채 버려져 있어 화재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원통보전을 둘러싸고 있는 벽인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34호)은 다행히 불에 약간 그을렸을 뿐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원장 바깥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천왕문만 홀로 서 있을 뿐 보물 479호 동종을 보호하던 범종각, 주지스님이 머물던 고향실, 무설전, 조계문 등은 모두 형체가 사라졌다. 사천왕문은 사찰 전체가 불탄 한국전쟁 때에도 유일하게 소실되지 않았다. 건물 사이사이에는 봄을 맞아 새파란 잎사귀를 내놓아야 할 나무들이 가지가 꺾이거나 불에 타 흉물로 변한 채 뻗치고 있었다.

낙산사를 둘러싸고 있던 소나무 숲은 이미 푸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모조리 불에 타 시커먼 재로 변해 산을 뒤덮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서 있는 수백여그루의 소나무들도 이미 불을 ‘먹은’ 탓에 길어야 1년 이라는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 화재로 30여만평에 달하는 낙산사 부지 및 일대 숲의 80% 이상이 불에 탔다. 낙산사 주지 정렴 스님은 "모두가 나의 소행이 부족한 탓"이라며 "의상 대사가 사찰을 건립할 당시 처음 자리잡았던 홍련암이 용케 불을 피한 만큼 홍련암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번 화재가 낙산사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과 이용희 국회 행정자치위원장도 낙산사와 양양 일대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양양=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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