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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6) 한반도의 가슴 - 땅에 심는 증오심,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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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6) 한반도의 가슴 - 땅에 심는 증오심, 지뢰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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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날이 와도 휴전선 너머 고향집을 한걸음에 달려갈 수 없다. 논의 벼보다, 밭의 들깨보다 더 촘촘하게 심어졌다는 지뢰 때문이다. 지뢰가 모두 제거되어 안전하게 갈 수 있기까지의 시간은 그 동안 기다려온 세월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지뢰 제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UN은 매설된 지뢰의 99.6%가 제거되어야 안전한 것으로 본다. 지뢰 제거는 탐지하고, 확인하고, 파 내고, 해체 또는 폭파하여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탐지는 매설 위치와 토양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EMI 탐지기는 진흙 땅에서는 91%, 철분이 많은 땅에서는 71%의 지뢰를 찾아낸다.

1992년 3월부터 98년 10월까지 6년7개월 동안 캄보디아에서 실시한 지뢰 제거작업의 자료를 보자. 땅에 묻힌 대전차지뢰 960개, 대인지뢰 9만개, 불발탄 45만개, 기타 쇳조각 1억9,000만 개를 확인하고, 파내거나 해체 및 폭파하여 처리한 시간이 총 3,200만 시간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하루 평균 8시간씩 1만1,000년을 쉬지 않고 일하는 작업량이다. 1만명의 인원이 일시에 투입된다면 1년이 좀 넘게 걸린다. 9만개의 대인지뢰를 탐지하는 동안 2억개의 쇳조각을 탐지했다. 1,000번을 탐지했을 때, 997번은 쇳조각을 탐지하고 겨우 3번만 지뢰나 불발탄을 찾아냈다는 얘기이다. 물론 성능이 좋은 탐지장비와 제거장비를 쓴다면 훨씬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몇 년이나 걸릴까?

◆ 한반도의 지뢰지대 =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 그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km 너비의 비무장지대, 그 너머 구축된 군사진지. 한반도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험상궂게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전선(戰線)이다.

자료에 의하면 약 100만개의 지뢰가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이북에 고정적으로 매설되어 있다. 북한지역에는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땅에 고정적으로 매설하는 것 외에 군사작전의 필요에 따라 공중에서 투하하거나 야포, 지뢰살포기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에 지뢰지대를 설치하기도 한다.

북한의 남침으로 남·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우리 지상군이 수행할 방어와 공격 작전 중 그 성공 요소 10 가지를 분석한 자료가 있다. 지뢰의 역할에 따라 분류하면, 지뢰가 유일한 수단일 경우는 1가지, 중요한 역할의 경우는 2가지, 약간의 기능을 하는 경우는 5가지, 그리고 역할이 전혀 없는 경우가 2가지로 나타났다. 그중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 보기로 하자.

<유일한 수단인 경우> 북한의 침공을 격퇴하고 반격에 나선 아군이 산간지방을 따라 평양으로 진격할 때의 상황. 북한군의 기갑부대가 진격하는 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주요 거점을 향해 이동할 것이다. 이를 미리 탐지한 아군이 야전포병 및 공중 투하탄을 이용하여 지뢰지대를 설치해서 북한군의 이동 속도를 늦추거나 저지 할 것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 지뢰지대 설치가 다른 여러 수단과 함께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첫째, 개전 초기에 침공하는 북한군 보병부대가 우리가 매설한 지뢰지대를 통과하면서 남하의 속도를 늦추거나, 그 곳을 우회하기 위해 산악지대나 숲 속으로부터 우리가 반격하기 쉬운 개활지나, 도로 등 노출된 경로를 택하는 경우.

둘째, 능선에 위치한 아군 전투지점을 쉽게 방어하면서 공격하는 북한군 보병부대를 시야가 가려진 가파른 언덕 지역으로 유도하여 우리 공군의 공격을 용이하게 하는 경우.

현 전선(戰線)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는 개전 초기, 북한군이 다양한 방법으로 돌파할 것이다. 이렇게 전선을 돌파하고 남하하는 북한군 탱크부대가 문산 부근의 평야지대를 버리고 중부 산악지역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으로써는 지뢰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큼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부교를 건설하여 임진강을 도하하고, 이어 문산 평야지대를 통과하려면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와 공군 및 육군 포병의 막강한 화력공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 오타와조약과 한국 = 대인지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오타와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가입 후 6개월 이내에 모든 매설지뢰의 위치, 수량을 공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축된 대인지뢰는 4년, 매설된 모든 대인 지뢰는 10년 이내에 폐기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약을 논의할 때 한국과 미국은 이 조약의 정신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대인지뢰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수단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즉, 지뢰는 북한의 주력부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핵심 방어전력이고, 다른 나라와 달리 지뢰 매설지대에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한에만 지뢰 매설지역이 2억9,700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약 가입국들은 이처럼 세계에서 대인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지역 중 하나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조약의 정신과 원칙이 훼손된다는 점을 들어 한국과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오타와조약의 정의에 따르면, 대인지뢰는 사람이 접근, 접촉했을 때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인명을 살상하거나 무력화 시키는 지뢰를 말한다. 대인지뢰의 정의가 중요한 것은 다음 회에 소개할 클러스터 탄(Cluster Munition)의 자탄(子彈. Submunition)과 관련하여 중요한 논쟁점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기체계로서의 지뢰 지뢰가 한국의 안보에 절대적인 요소라는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미 지뢰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여러 무기체계가 잘 소개되어 있다. 지뢰 무기체계를 유지·관리하는 비용, 그 체계의 경직성과 엄청난 후유증을 고려하면 이미 설치되어 있으니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 또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와 같은 지역 방어 성격의 지뢰 무기체계는 2차원적 전장(戰場·Battle Filed) 운영의 개념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전장의 개념이 3차원의 전쟁공간(Battle Space) 개념으로, 나아가 시간의 개념이 도입된 4차원으로 확대되었다. 더욱이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으로 개편되는 전쟁 양상에 비추어 볼 때 지뢰, 특히 대인지뢰 문제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인지뢰는 인간의 증오와 적개심을 자양분으로 하는 괴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아마도 땅에 우리의 증오심을 심어 온 모양이다. 땅의 속살을 헤치고, 콩을 심 듯 지뢰를 심으면서 한 맺힌 증오심을 키우지는 않았을까. 피에 젖었던 땅, 곪아가는 종기처럼 증오 어린 지뢰가 심어진 우리 땅이 신음을 하다 못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다.

■ 꿈 한마당

2010년 10월 3일 개천절. 쪽빛 가을 하늘 아래 자유의 다리 중앙. 남·북의 정상이 나란히 손을 잡고 공동선언을 한다. "남·북한 간의 자유 왕래를 즉시 전면적으로 허용한다."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78세의 박 목사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머리맡에 걸어두었던 빛 바랜 어머니 사진을 쓰다듬으며, 동구 밖에서 손을 흔들며 아들을 떠나 보내던 그 모습을 절절한 마음으로 회상한다. 이제 한달음에 휴전선 넘어 30리 길, 고향집으로 달려가리라. 한 목소리로 목메어 부르며 늘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에게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그날이다.

■ 오타와조약

1996년 10월 5일, 캐나다 오타와(Ottawa)에서 캐나다 정부 등이 주축이 된 50개국 대표가 참가한 국제회의가 열려 대인지뢰의 전면적 금지조약을 체결할 것을 선언했다. 97년 9월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조약의 초안이 채택되었고 같은 해 12월5일 개최된 오타와 회의에서 121개국이 서명했다. 99년3월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우리나라 등은 가입하지 않았다.

'주요 내용>

조약 가입국은 여하한 경우에도 다음 사항을 금지한다.

첫째, 대인지뢰의 사용.

둘째, 대인지뢰의 개발, 비축, 생산을 금지하며 여하한 대상에게도 직접, 간접적으로 이전하는 행위.

셋째, 본 조약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를 지원하거나 유도하는 여하한 행위.

윤석철 객원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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