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몬트리올에서 목요일이 되면 편의점, 샌드위치 가게, 데파노라고 하는 슈퍼마켓 등 각종 가게 주인들은 다른 날보다 잔돈을 두 배나 준비해 두어야 한다. 목요일이면 여지없이 계산대의 잔돈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주급을 받은 다음 날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몰리고, 지폐만 내 놓는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급여를 두 주 단위나 한 주 단위로 지급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수요일 저녁 급여를 받으면 목요일엔 아침부터 어김없이 20달러짜리 지폐를 내밀며 이것저것 구입한다. 그런 뒤 돌아오는 월요일쯤 되면 돈이 없어서 동전을 세어 가며 몇 센트까지 겨우 맞추거나, "몇 센트 부족한데 그냥 줄래요?"하면서 가장 싼 베이글이나 머핀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심지어는 외상도 하며 다음 주 목요일에 갚겠다고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이곳 퀘벡의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씩 그들을 이해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돈이 생기면 일단은 저축을 하고, 하루라도 일을 더 해서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 산다.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여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한국인들이다. 퀘벡쿠와라 불리는 퀘벡주 태생의 사람들은 이렇게 미래를 염려해서 항상 대비하는 삶을 사는 우리하고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 돈이 없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 어찌 보면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생활이 이들한테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변의 퀘벡인들을 보면 보통 미국 플로리다나 멕시코, 쿠바에서 겨울 휴가를 보낸다. 우리 건물 청소부 아저씨도 겨울철 휴가를 쿠바에서 보내고 구리빛으로 탄 얼굴로 돌아왔다. 때로는 그렇게 그때그때 삶을 즐기는 그들의 생활방식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외상으로 담배를 사 피우고 머핀으로 점심을 대신하면서 로또에 마치 인생을 걸은 사람처럼 꼬박꼬박 복권을 사는 그들을 보노라면, 참 단순하고 대책 없는 생활이라 여겨지고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퀘벡인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듣는 퀘벡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그렇다.
퀘벡주가 미래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서 사람들이 저축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민족성의 차이일까? 이 사람들은 미래의 평안한 생활을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오히려 그들에겐 우리 한국 사람들처럼 돈을 모으고 또 모으면서 바캉스 한 번 못 가는 생활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주부 이경희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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