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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위대한 '빛의 과학자'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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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위대한 '빛의 과학자'를 기리며…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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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매주 목요일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과 과학평론가 강건일(전 숙명여대 약대 교수) 박사의 ‘미스터리 속의 과학’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빛으로 보는 세상’은 일상 속의 재미있는 빛 이야기, ‘미스터리 속의 과학’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과학적인 눈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올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아인슈타인 사망 50주년이기도 하다. 유엔은 이를 기념해 올해를 ‘세계 물리의 해(http://www.wyp2005.at/glob1-light.htm)’로 선언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18일에 열릴 ‘빛의 축제’다. 아인슈타인이 타계한 4월 18일, 그가 말년을 보낸 미국 프린스턴에서 서쪽으로 출발하는 빛은 세계 각국 10만 여명이 참가하는 빛의 릴레이를 통해 24시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프린스턴으로 되돌아간다.

국내에서는 ‘2005 물리의 해 행사 조직위원회(http://hepth.hanyang.ac.kr/physics2005/event-5a.html)’ 주관으로 빛의 축제가 진행된다. 19일 저녁 8시 광케이블을 통해 태평양을 횡단한 빛이 일본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면 전국 곳곳의 산봉우리 위에 대기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할로겐 손전등을 이용해 빛을 서울 쪽으로 보내게 된다. 한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무른 빛은 북한의 개성을 거쳐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기리는 전세계적인 축제가 왜 ‘빛’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그것은 현대과학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아인슈타인 이론의 중심에 빛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26세의 젊은 나이로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는 유한하고 관측자의 속도와 무관하게 일정하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가령 시속 100㎞의 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앉아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고속열차를 바라본다고 하자. 열차의 속도가 시속 250㎞라면 자동차에서 느끼는 열차의 ‘상대속도’는 열차 속도에서 자동차 속도를 뺀 시속 150㎞가 된다. 만약 자동차가 열차와 동일한 속도로 나란히 달린다면 열차는 정지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빛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시속 250㎞로 달리는 기차에서 보든 1초 동안 11㎞를 날아가는 로켓 안에서 측정하든, 진공 속의 빛은 언제나, 어느 방향으로나 1초에 299792.458㎞를 날아간다. 심지어 우리가 빛의 속도에 근접한 엄청난 속도로 따라가면서 빛이 정지해 있는 모습을 보고자 해도 빛은 항상 초속 299792.458㎞라는 속도를 유지한다. 이 ‘광속도 불변의 법칙’에 근거해 성립된 특수상대성이론은 19세기까지 인류가 갖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또 과학 분야는 물론, 사회문화적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된 또 하나의 결과는 과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유명한 방정식인 E=mc² 다. 여기에서 E는 에너지, m은 물질의 질량, c는 빛의 속도를 의미한다. ‘빛의 속도의 제곱(c²)’을 매개로 해 질량을 가진 물질이 거대한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이 방정식의 결론은 원자폭탄의 개발로 이어졌고, 이는 아인슈타인을 강대국들의 핵 경쟁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죽기 1주일 전까지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서명이 담긴 편지를 미국 대통령에게 발송했던 아인슈타인, 그를 기리는 전세계적인 축제의 상징으로 빛이 선정된 데에는 또 다른 숨은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아마도 빛을 24시간에 걸쳐 전세계 곳곳에 퍼뜨려 환하게 밝힘으로써 아인슈타인이 이룩해 낸 과학적 업적뿐 아니라 죽는 날까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그의 인류애를 함께 기리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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