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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지역 이재민 표정/ "모든 게 한줌 재로" 주민들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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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지역 이재민 표정/ "모든 게 한줌 재로" 주민들 한숨만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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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마(火魔)는 올해 농사준비에 한창이던 양양지역의 농촌 지역을 집중적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농민들의 주택은 물론 논밭과 축사, 농기계와 비료까지 모든 게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와 용호리. 전소된 36가구 88명의 이재민들은 6일 오후 뼈대만 남은 집터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채소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은 흔적도 없고 농기계는 뼈대만 남았다. 축사에 있던 소들은 불에 타 죽었고 창고 등에 보관해 놓은 볍씨 등은 재가 된 지 오래다.

전진2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기한(66)씨는 집터 계단에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낙산사 화재진압을 도우러 간 사이에 집에 불이 옮겨 붙어 2층집과 1,000만원 상당의 농기계 등을 모두 잃었다. 그는 "농사를 짓기 위해 마련한 모든 것들이 불에 탔는데 뭘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고개를 떨궜다. 용호리 주민인 김청래(63)씨도 50년 가까이 살아온 집을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김씨는 검게 그을린 집을 바라보며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진리 용호리 이재민들은 일부 친인척 집으로 거처를 옮긴 10여명을 제외하고는 70여명의 주민들이 비좁은 마을회관에서 함께 기거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 이들 이재민은 서너달치 영농자금을 현금으로 집안에 보관한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불길이 민가로 번지면서 상당수가 이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호리 여상범(52)씨는 "한 집당 대개 200만~300만원 정도의 영농자금을 갖고 있었을 텐데 이제 농사를 무슨 돈으로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양=문준모기자 moonj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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