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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개악/ 왜곡주도 日정부 "관여 안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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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개악/ 왜곡주도 日정부 "관여 안해" 거짓말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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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검정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공민교과서에 넣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들이 확인된 후 한국 정부의 대응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사후약방문’격인 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에 초점이 맞춰진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거친 ‘싸움’을 벌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에 독도 기술의 즉각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 일본 정부 독도 기술 개입과 이중플레이

후소샤 교과서를 저술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장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교수는 "정부 견해대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독도 기술에 정부의 강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인이다.

일본 정부는 후소샤 신청본의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는 다케시마’라는 독도 화보 설명을 개악,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바꿨다.

일본 시민 단체들은 우익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아베 신조(安倍晉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성 장관이 압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도쿄서적의 공민교과서에 독도부분이 추가된 상황도 일본 정부 개입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도쿄서적은 지난해 4월 독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신청본을 제출했으나 8개월 뒤 문부성이 ‘일본의 영해와 경제수역 관련 지도에 한반도 남북경계선인 38선이 부정확하게 그려졌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독도부분을 삽입했다. 38선을 지적했는데 왜 독도를 추가했느냐에 대해 출판사는 "자체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군색한 입장을 밝혔다.

오사카서적도 공민교과서 ‘현대의 국제사회’ 단원의 집필자인 이오키오 마코토(五百旗頭鎭) 고베대 교수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독도 기술을 첨가했다. 출판사는 "다케시마 부분 작성자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행위는 교과서 집필 시 이웃 국가들을 입장을 고려한다는 학습지도요령상의 ‘근린제국 조항’을 사문화한 것은 물론, 사실상 독도기술을 강요하는 관행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시장점유율이 높고 자기 입맛에 맞는 교과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서도 한국 정부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일본 정부는 "독도관련 수정내용은 기존 입장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최근 시마네(島根)현 의회 움직임과 관계가 없으며 일본의 독도 입장을 강화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장기전 채비

정부는 이해찬 총리의 6일 언급대로 ‘일본 우익의 발호’에 맞춘 장기전을 계획하면서도 일본과의 거친 접근전을 펴고 있다. 정부는 일본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도관련 기술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등 강한 압박을 가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무차별적인 외교공세 ▦일본에서는 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을 벌일 한일 시민단체들의 연대 지원 ▦역사왜곡 시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독도·역사 문제의 분리 등 장기 실천계획을 마련했다.

먼저 6,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위 여성·아동 관련 회의에서 군대위안부 등을 기술하지 않은 일본을 규탄하고, 12일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도 같은 공세를 취하기로 했다. 또 동남아 역사학자들을 초청,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다룰 국제학술회의도 검토중이다.

정부는 시장 점유율 70%에 이르는 대형 출판사들이 독도를 언급함으로써 일본내 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운동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역사교과서와 공민교과서를 분리해 다룬다는 입장이지만 의도대로 분리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양심 세력들이 "독도를 팔아먹겠다는 것이냐"는 일본 내부의 비난에 봉착할 경우 채택률 저지 운동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외교부 차관-日대사 설전/"독도 불법점거 운운 용납 못해" "어떻게 기술하냐는 출판사 판단"

일본 공민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기술된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개입됐다는 사실을 놓고 한일 양국의 고위 당국자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설전은 이태식 외교부 차관이 6일 오후 2시부터 45분간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를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 교과서 왜곡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와중에 벌어졌다.

이 차관은 먼저 침략을 정당화한 역사교과서의 왜곡에 항의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기술의 즉각적인 삭제를 요구했다. 이 차관은 "공민교과서가 독도에 대해 ‘한국의 불법점거’를 운운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특히 검정 신청본의 기술을 검정과정에서 일본문부성이 관여해 개악된 데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공민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기술을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는 통첩성 발언을 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한국측 반응이었던지 다카노 대사의 표정이 이내 심각해졌다.

잠시 후 다카노 대사는 "독도를 기술할지 여부와 어떻게 기술하느냐는 전적으로 출판사와 편집자에게 맡겨져 있다"고 일본 정부의 개입을 부인했다. 또 "교과서상 독도기술을 통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양국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국적으로 대처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이 차관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대사의 설명은 일본 정부가 적극 개입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도 상치한다"며 "우리 정부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압박했다.

다카노 대사는 이 차관의 말을 즉시 반박했으나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다카노 대사는 1995년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에서 밝힌 대로 "아시아에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끼친 데 대해 반성한다"며 의례적인 반성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다카노 대사는 또 "(독도문제등으로) 어업문제를 포함 한일관계 전반이 악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미묘한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유엔 결의 없이 이라크 공격’등 삭제 지시/ 日, 美엔 ‘알아서 기기’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었다?’

우리의 교과서 수정 요구를 묵살한 일본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명백한 사실들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東京)신문은 6일 이번 검정에서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강행한 것과 관련한 몇 가지 기술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정부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구두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글은 일본서적신사의 공민교과서에 수록된 이라크전쟁 관련 칼럼. 문부과학성은 이 글에 대해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설명부족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검정의견을 내고, 출판사측이 수정안을 제출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측은 검정 조사관에게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표현을 추가하겠다고 요청했는데, 조사관은 이를 무시해 결국 실리지 못하게 했다. 이 같은 요청은 1월 17일 이루어졌는데 이때는 이미 이라크 내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이 정설로 판명됐다.

문부성은 특히 ‘미국은 반대하는 국가가 있는 가운데 유엔의 결의가 없는데도 이라크를 공격했다’는 기술에 검정의견을 붙여 ‘유엔의 결의가 없는 가운데’라는 표현을 부분 삭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삭제 요청이 없는데도 ‘알아서’ 역사적 사실을 지운 것. 일본의 파병과 관련해서는 ‘전쟁터(戰地) 이라크’라는 표현이 ‘비전투지역’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 같은 문부성의 검정태도에 대해 시민단체은 "역사적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이번 검정은 ‘근린제국조항’보다는 ‘미국 배려조항’이 적용됐다"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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