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토요명화’(40)씨의 불만은 대단했다.
"옛날이 좋았지. 옛날이. 하긴, 잘 나가던 옛날 생각하면 뭐해. 구차해질 뿐이지. 세상이 변했으니, 나도 따라 변해야지, 안 그래? 요새 누가 날 보러 오겠어. CGV나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같은 대형 매장으로 몰려 가고, 인터넷으로 사기도 하잖아. 얼마 전에 내가 신장 개업했는데, 들었어? 다 변하는데 나만 고집 피우고 있었으니…. 나도 노력을 안 했던 건 아니야. 요새 애들 입맛에 따라 새로운 물건도 많이 갖다 놓고.
참 세상 매몰찬 게, 그렇게 노력했는데 집주인은 요새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겨울연가’풍으로 가게를 리노베이션해서 몇 달 임대를 준 거야. 내가 그 몇 달 동안 장사도 못하고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 이번에는 여기 말고는 아무 데서도 구할 수 없는, 신제품만 직수입했어. 품질? 너무 좋지. 근데 역시 나는 돈벌이랑은 거리가 먼지, 뭐 벌이가 신통하지는 않을 분위기야."
잠시 동안 ‘겨울연가’ 재방송에 자리를 내어 줬던 토요명화(KBS2)가 3주 전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게다가 지난 주부터는 6주 예정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개봉 화제작을 선정해 방영하고 있다. 방송시간도 오후 10시5분으로 옮겼다. 주말 TV영화라는 말에는 ‘하지만 우리 함께한 순간 이제 주말의 영화 됐지만’이라는 노래 ‘조조할인’의 가사에서처럼 유행 지난 영화만 틀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는데, 그 편견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2일 밤, 아주 오랜만에 토요명화를 봤다. 세계 최고의 미녀라는 찬사를 받는 아이슈와리아 라이가 출연한 ‘신부와 편견’이었다. 주인공은 예뻤고 영화는 흥겨웠다. 그런데 시청률을 살펴 보니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7.2%(TNS 미디어)로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괜히 또 토요명화가 걱정된다.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은 얼마나 많은지. ‘빠라라……’로 시작하는 시그널곡만 들으면 자동으로 벌떡 일어나 TV 앞에 앉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실 이제 토요명화는 정말, 너무 할 일 없는 토요일이 아니면 좀처럼 찾지 않는다. 자주 만나 주지도, 잘해 주지도 못하면서 차마 헤어지자고는 못하는 그런 애매한 애인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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