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소실은 허술한 사찰문화재 관리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찰문화재는 전체 국가지정 문화재의 60%를 차지하지만 소방시설 설치를 위한 국고보조금 지원은 화재에 취약한 목조문화재가 우선돼 석조나 금속문화재 등 많은 국가지정 문화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국가지정 목조문화재가 소장돼 있는 97곳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 75곳에 국고보조로 소화전이 설치돼 있으며, 올해도 16곳에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소화전은 소방법에 따라 옥외소화전 기준인 1㎠당 2.5㎏ 이상의 수압과 1분에 350ℓ로 20분 뿌릴 수 있는 14톤 이상의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낙산사의 경우 소실된 동종을 비롯해 건칠관음보살좌상, 칠층석탑 등 3개의 국가지정문화재가 모두 목조문화재가 아니어서 문화재청에 소화전 설치를 위한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옥외소화전 규격에 미달하는 간이 소화전만 설치돼 있었다. 목조문화재를 중심으로 소방시설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비 지원액이 연간 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낙산사를 비롯, 국가지정 석조 및 금속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지만 큰 규모의 소화전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79곳에 이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낙산사의 경우 규모를 보면 규격 소화전 3~4개를 갖춰야 하나 그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화전이 제대로 갖추어졌더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재 해인사 법주사 화엄사 등 목조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각 사찰은 대형 소화전을 갖추고 매년 1회 이상 인근 소방관서와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찰 대부분이 깊은 산중에 있어 소방차 출동이 어렵고 이번 같은 산불의 경우 자체 소방시설로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산불을 감당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낙산사 피해규모를 약 30억원(사찰 추산 300억원)으로 잠정 추계했다. 그러나 소실된 건물 13개 중 원통보전 1곳만 5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보상은 극히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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