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여전히 외국계 펀드로부터 인수·합병(M&A)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에 의해 경영권 위협을 받았으나 삼성SDI 등 계열사의 증자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3.94%), 제일기획(12.64%), 삼성정밀화학(5.59%) 등 삼성그룹 5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그룹 지배구조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삼성물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권마저 위협 받게 된다.
한국증권연구원은 6일 ‘출자회사 할인과 경영권 분쟁’ 보고서에서 "지난해 헤르메스의 경영권 위협으로 오히려 주가가 올라 한때 90% 이상까지 상승했던 삼성물산의 ‘출자회사 할인’이 다시 70%대로 하락했다"며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공격에 의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증권연구원은 ‘출자회사 할인’의 정도가 심할수록(비율상으로 낮을수록)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소버린이 경영권을 공격할 당시 SK㈜의 ‘출자회사 할인’은 41.57%에 불과했다. 증권연구원은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 이후 SK㈜의 주가가 상승하고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성공하면서, 2004년에는 할인율이 99.5%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연구원은 상장회사 가운데 ‘출자회사 할인’ 정도가 심한 9개 그룹의 계열회사를 선정해 분석한 결과, 그룹의 지주 회사이면서도 내부지분율이 낮은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자본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총수일가 지분(1.69%), 내부 지분(19.76%) 및 총수 의결권(14.77%)이 모두 상대적으로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플래티넘(5.65%), 베일리기포드(4.99%), CSFB(3%), JP모건(2%) 등 외국인들이 지분의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주가하락으로 5% 지분 획득에 필요한 자금이 1,059억원에 불과, 외국인들이 헤르메스 때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분쟁을 야기해 주가를 끌어 올려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할 개연성이 여전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빈기범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경영권 공격이 또다시 시도될 경우 주가 급등락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삼성의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연구원은 삼성물산과 함께 두산그룹의 ㈜두산, 영풍그룹의 ㈜영풍, 농심그룹의 농심홀딩스 등도 ‘출자회사 할인’ 현상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대주주 내부지분율이 삼성물산보다 훨씬 높아 경영권 공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출자회사 할인’이란
모회사의 시장가치가 보유중인 자회사의 지분 가치에 미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A회사(모회사)가 시가총액이 1,000억원인 B회사(자회사) 지분을 10%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A회사의 시가총액은 100억원(1,000억원X1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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