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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교황님,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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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교황님, 편히 쉬십시오"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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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사도’, ‘종파와 국가를 초월한 인류의 화해와 자유의 운동가’. 인류의 가슴에 평화의 깊은 메시지를 남기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내가 교황님을 멀리서 뵙기는 교황님의 두 차례 한국방문 때였지만,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유학 중이었다. 독일 동료 신학생들과 함께 바티칸을 성지순례 하면서 교황님을 개인적으로 알현할 기회를 가졌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른 아침에 교황님의 소성당(小聖堂)에서 함께 미사를 드릴 때, 제단 앞에 걸려 있던 베드로와 바오로 두 성인의 순교 장면을 담은 그림이었다. 교황님은 늘 그 작은 성당에서 인류를 향한 예수님의 구원 메시지를 선포한 두 성인의 삶을 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기도하셨고,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한 뒤 개인 접견실에서 일일이 악수를 청하시고 인사를 나누셨다.

내가 한국에서 온 신학생이라는 소개를 받으신 교황님은 한국말로 ‘찬미예수님’‘감사 합니다’라는 두 마디를 또박또박 해주셨고, 내가 곧바로 한국말 잘 하신다고 독일어로 말씀 드렸더니, 한 때 한국어 공부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다 잊으셨다고 할아버지 같은 너털웃음을 지으셨던 기억이 난다. 가톨릭교회의 수장(首將)이기 이전에 인간미 물씬 풍기는 그 분의 인격을 엿볼 수 있었다. 교황님이 선물로 주신 묵주를 꼭 안고 돌아오면서, 마냥 행복해 했던 순간과 그 분의 웃음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에서 그토록 애원하시던 인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실 교황님의 삶은 우리가 사랑과 평화의 메신저로서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듯하다. "교황님 편히 쉬십시오."

송용민 신부 인천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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