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여야가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 청문·인준 대상이 현재의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외에 국무위원(장관) 전원과 국가인권위원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 등까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인사청문회는 공직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효율적인 제도이다. 인사청문회가 없을 때에는 고위 공직자의 임명이나 선출 이전에 직무 수행 능력이나 도덕성을 검증할 수 없었다. 오로지 임명권자의 판단과 결정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부적절한 인사도 많았고 부작용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못 가 낙마한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경우이다. 인사청문회는 이런 부정적 영향을 줄여 준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 기능을 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한 국회의 인준권은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등하다. 청문회는 지명자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권한이자, 국정 운용에 적합한 인사를 철저하게 가려내는 의무이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업무 수행 능력, 도덕적 권위, 시대 상황 변화와 사회집단 현상에 대한 정책 조망력 등이 객관적, 공개적으로 치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인사청문회는 정쟁의 수단으로 운용되었다. 의원들은 청문 대상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의 검증보다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청문 대상자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렸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생활에 대해서는 질문이 쏟아지고, 업무 수행에 관련된 질문은 별로 없었다. 후보자 검증과 별 상관도 없고, 후보자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상식 이하의 질의나 후보자를 피의자 다루듯 하는 못된 버릇도 나타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되었다.
인준 투표는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그 결과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각 당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것은 인사청문회의 도입 취지를 짓밟는 잘못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동의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성실한 검증과 납득할 만한 근거가 따르지 않으면 국회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릴 뿐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대상을 늘리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고쳐야 한다. 우선 사전 준비 기간을 늘리고 청문회 위원들이 전문인력의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청문회가 부실해지지 않는다. 청문 기간도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3일 이내의 청문회로는 심도 있게 검증하기 어렵다. 부족한 시간에 사실관계에 대한 공방으로 많은 시간을 소모하다 보면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행정부는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 또 대통령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지명을 하고 국회에 인준을 요청해야 한다. 정부가 철저하게 기초 조사를 해서 그 자료를 그대로 국회에 넘겨 주면 조사 청문 인준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결과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법 규정에는 청문회로부터 3일 이내에 청문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나 지금은 인사청문회가 끝난 다음날 바로 인준투표를 하고 있다. 법을 어기면서 청문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셈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을 했으면 당연히 검증 결과를 국민에게, 그리고 인준 표결에 참여할 동료 의원들에게 밝혀야 한다. 인준을 요청한 대통령에 대해 국회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혀야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권위와 위신이 바로 선다. 특위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밝히면 된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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