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으로 가는 첫해가 될 겁니다. 2008년까지 아무 문제가 없으니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은 조급해 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십시오."
5일 한 라디오 방송의 대담 프로에서 건설교통부 주택담당 주무국장이 한 말이다. 무주택 서민들이나 주택 구입을 망설여 온 수요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귀가 솔깃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언제 폭등할지 모르는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주택시장이 2~3년간 안정된다는 말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재테크 조언이 민간 부동산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라, 국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건교부 주무국장의 말이라는 점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정책은 ‘가격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평행선을 오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집값이 안 오를 테니 집 구입을 서두르지 말라"는 정책 책임자의 친절한(?) 조언은 가뜩이나 줄어든 부동산 거래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주택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을 내놓았던 정부 입장을 생각하더라도 너무 단정적인 표현이다.
더구나 정부 책임자의 말을 믿고 2년여간 주택 구입을 미뤘다가 예상과 달리 집 값이 크게 올라 손해를 보게 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진다는 말인가.
부동산과 금융 시장은 정부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예민한 곳이다. "집을 구입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조언은 "주식이 더 떨어질 테니 사지 말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누가 주식이나 부동산의 향후 2~3년 뒤 가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신중함과 책임이 뒤따르는 정책 당국자의 말이 아쉽다.
송영웅 산업부기자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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