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인 인천 송도·영종·청라지구에 골프장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국제도시에 걸맞은 레저휴양시설 확충 차원이라지만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파괴는 물론 효율적 토지 이용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자 유치 실적이 없어 경제특구 개발이 겉돌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만 우후죽순처럼 들어설 것으로 보이자 시민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영종지구에 무려 7개 골프장 = 6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현재 인천시내 골프장은 정규 코스인 서구 경서동 국제CC(18홀), 서구 원창동 그랜드CC(18홀)와 퍼블릭코스인 송도유원지(9홀) 3곳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2010년까지 송도·영종·청라지구에 모두 9개의 대형 골프장이 조성 중이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영종 경제특구에는 무려 7개의 골프장이 줄줄이 들어서 ‘골프장 특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일대인 중구 운서동 신불도와 삼목도 지역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72홀 골프장 공사가 한창이다. 7월에는 신불도 29만평에 18홀 골프장이 개장한다. 이어 10월에는 삼목도 주변 93만평에 54홀 규모의 골프장이 문을 연다. 두 개의 골프장은 연결돼있으며 사업시행자는 국내 6개 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클럽포라리스㈜.
또 제2연륙교 외자 유치 사업자로 참여한 영국의 아멕(AMEC)사는 인천공항 북측 국제업무지역에 27홀짜리 골프장 건립을 구상중이다. 영국 프로골프협회(PGA) 소속 한 골프코스 디자인회사도 공항주변에 추진중인 운북종합레저타운 인근에 18홀 골프장을 건설키로 하고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안서를 냈다.
이와 함께 영종도 준설투기장을 조성하고 있는 해양수산부도 영종대교 아래 100만평에 해양생태공원을 만들면서 골프장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초기단계지만 영종도 오성산 절토지에 골프장 건설을 구상중이다.
송도국제도시에는 미국 잭니클라우스사와 부동산 투자회사인 키슨앤 파트너사가 업무지구 내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키로 합의했다. 청라 경제특구에도 세부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개발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가 87만여평에 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 지역 단절, 어장 오염 우려 =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생태계 파괴는 물론 경제특구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특구를 지정해놓고 외자 유치 실적은 거의 없어 개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을 잇달아 건설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 사무국장은 "영종도의 경우 바다에 접해있어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해양생태계 파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인천시 등 관련당국이 재정수입 확대를 이유로 골프장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며 "인천은 녹지공간이 부족한 만큼 특정 계층을 위한 시설보다는 일반 시민을 위한 문화, 체육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도 골프장 건설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종도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도로 단절 등으로 마을이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골프장 농약이 바다로 유입되면 신불도 등의 상당수 어민들은 생업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송원영기자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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