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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엄마 - 헌신적인 엄마, 그런데 왠지 쓴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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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엄마 - 헌신적인 엄마, 그런데 왠지 쓴웃음이…

입력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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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먼길’이었던 제목을 ‘엄마’로 바꾸었을 때 또 엄마 타령인가 싶어 좀 화났다. 위기는 엄마를 불러낸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헌신과 사랑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가족을 다시 이어 붙이는, 위기 타파의 유일한 대안이 엄마라는 건 좀 미안한 일이다.

게다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을 것 같은 이미지의 고두심이 주인공이라니, 아주 작정했구나 싶었다. 노골적인 신파 ‘가족’의 흥행성공에서 보듯 뻔하지만, 뻔함이 바로 미덕인 것이 가족 이야기다. 어지럼증 때문에 차를 탈 수 없는 노모(고두심)가 막내딸의 결혼식 때문에 해남에서 목포까지 200리 길을, 3박4일 동안 걷는다. 그 길에 동행한 형제는 끊임없이 다툴 것이고, 노모는 그들을 감싸 안아 길 위에서 그들은 다시 ‘가족’으로 거듭날 것이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다. 뻔해도 감동적이다. 울 준비를 하세요, 만반의 준비를 시켜 놓는다. 그런데 의외로, 정작 극장을 나설 때 터져 나오는 건 눈물이 아닌 쓴웃음이다.

영화를 조각 내 살펴 보면 매우 아름답다. 인물의 캐릭터도 살아있다. 착하고 우직한 맏아들(손병호), 해병대 출신임을 유일한 자랑으로 알고 사는 다소 코믹한 사위(박원상)는 전형적이면서도 정감이 간다. 껄렁하지만 정 많은 둘째 아들 김유석은 특히 영화가 윤이 나게 하는 감초역으로 제격이다. 그런데 감흥이 없다. 맏아들은 망나니 동생에게 "너 그렇게 살래"라며 끊임 없이 훈계하고 엄마는 "시집 왔을 때 시어머니 구박이 그렇게 심해서…"로 시작하는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영화는 너무 설명조로 흐르고 길을 걸어 갈수록, 다소 황당한 전개가 이어진다. 게다가 결말은 너무도 의외인지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차라리 이 영화에서 정이 가는 부분은 죽은 남편이 다시 아내 앞에 나타나거나, 동네 아저씨가 저 멀리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와 엄마가 길에 떨어뜨리고 간 부적을 주어다 주는 등, 판타지가 가미된 설정이다. 술에 취한 채로 다리 위에서 소변을 보다 물에 빠져 죽은 남편을 회상하는 장면은 황당하지만 유쾌하다.

월출산 구름다리, 순창 석류길, 고창 고인돌 길 등, 감독이 직접 200리 길을 걸으며 헌팅 했다는 영화 속 남도의 풍광 역시 아름답다. 하지만 그 감동은 아주 잠시, 제대로 울지도 웃지도 못한 미지근함에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구성주 감독. 7일 개봉. 전체.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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