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지역 산불이 대대적인 물량작전으로 6일 아침 모두 진화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산불 진화 직후 바로 복구작업에 착수했으며 시민들도 속속 피해주민 지원에 나서고 있다.
◆ 진화 = 소방 당국은 이날 새벽 민·관·군 총동원 체제에 들어가 사상 최대의 장비와 인력을 투입, 양양·고성 산불을 이날 오전 8시께 진화했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서울 대구 인천 등 타 시·도의 소방헬기 7대와 소방차 109대를 지원했다. 경찰청도 2,225명의 인력과 살수차 3대, 경찰헬기 10대를 투입했다. 군 역시 병력 1만5,000여명과 헬기 6대, 소방차 32대를 지원했다.
5일 밤 설악산으로 번질 것이 우려됐던 불길은 다행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잦아들었다. 낙산사를 삼킨 불길은 강풍을 타고 북상하면서 강원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까지 번져 설악산을 지척에 두고 위협했다. 소방 당국은 둔전저수지에 최후 방어선을 쳤지만 일몰로 헬기도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바람이 잠잠해지기 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바람이 약해지고 방향도 해안 쪽으로 바뀌었다. 천운의 약한 북서풍은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소방 당국은 오전 5시40분 헬기 20대를 둔전저수지 상공에 집중 투입해 기세가 한풀 꺾인 불길을 잡아나갔고, 이어 인력 2,000여명을 투입해 잔불을 정리하면서 오전 8시께 진화 작업을 마쳤다.
낙산사를 태운 불은 주변에 크레모어 박격포 다연장포 등의 각종 포탄을 쌓아둔 군 탄약고까지 덮쳤으나 탄약고가 외부 폭격과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한 지하벙커로 구축돼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4일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고성 산불은 150㏊의 산림을 태우고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1,600여명의 인력과 헬기 7대, 소방차 4대 등을 투입했다. 강원도는 이 불이 북한군의 사계청소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 복구 = 강원도는 6일부터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와 강현면 물갑리 등지를 중심으로 산불 피해조사에 들어갔다. 강원도는 이번 산불로 주택 160동, 상가 27동 등 건물 246채와 임야 400ha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강원도는 이날부터 피해 마을이나 가구에 대해 건물 세척 및 농작물 복구, 급수 지원에 나섰다. 속초소방서 민원실과 양양파출소에는 화재피해주민 지원센터(국번없이 119)를 설치해 화재피해 증명원 발급과 의료 및 연금 안내, 국세 및 지방세 유예·감면 정보제공 등 활동을 벌였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지난달 17일 창설된 여성예비군소대 44명도 현장에서 맹활약했다. 이들은 예비군복 차림으로 용호리 마을회관 등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생필품을 나눠주고, 호흡곤란과 수면장애를 겪는 주민들을 의료진에게 안내했다. 백순애(52) 소대장은 "피해를 입은 많은 주민들이 하루 속히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150여명의 봉사 요원을 급파하고 구호세트와 빵 우유 등 7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현지 재해대책본부에 전달했다.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산림의 복구에는 최소한 20~3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이 산지로 유명한 양양에서 송이밭이 복원되려면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낙산사와 낙산도립공원 내의 낙락장송은 당대에는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또 이재민들이 주택을 신축해 입주하는 데는 행정절차 등을 감안해 최소한 1년 이상이 소요돼 불편한 생활을 감내해야 할 처지다.
양양=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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