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녹색 장성(長城)을 세울 것입니다."
5일 중국 닝우(靈武)시 바이지탄 환경보호구. 베이징(北京)에서 북서쪽으로 1,000㎞ 떨어진 닝샤후이주(寧夏回族) 자치구 인촨(銀川)시에서 또 다시 자동차로 2시간여를 달리자 차창 밖으로 광활한 사막이 눈앞에 펼쳐졌다. 경계를 이루는 건 지평선과 산맥뿐. 키 작은 관목이 누런 빛을 띤 채 위태롭게 뿌리를 박고 있고 그 사이사이로 묘목들이 앙상하게 서 있다. 이 곳이 바로 한중 대학생 200여명이 황사와 중국내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사림 조성 장소이다.
한중(韓中)문화청소년미래숲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일보사와 KBS 대한항공 유한킴벌리가 후원, 문화관광부와 인천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포리올㈜이 협찬하는 ‘제4기 황사 및 중국 사막화 방지를 위한 한중우의림 조성행사’가 5일 황사의 발원지 격인 중국 바이지탄 보호구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참여 대학생들은 지푸라기를 이용해 토양유실 방지작업으로 방사림 조성을 시작했다. 모래가 바람에 씻겨 나가는 걸 막기 위해 모내기 하듯 양쪽에서 줄을 잡고 그 줄을 따라 지푸라기를 놓은 뒤 삽 끝으로 누르며 1㎡ 밀짚 울타리를 만들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조성된 방에 모래를 판 뒤 ‘사막의 처녀’라 불리는 화방을 심었다. 양국의 학생들은 이렇게 사막의 첫날을 황사방지를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관목과 묘목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는 바이지탄 보호구의 면적은 9만8,000ha로 대부분 사막이다. 이중 91년부터 2,300ha에 방사림 작업을 했고 사막이 5㎞ 후진하는 개가를 이루기도 했다.
묘목을 심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윤준필(26)씨는 "이곳의 모래가 우리나라에까지 날아온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드넓은 사막이지만 한그루 한그루 심다 보면 사막을 정복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닝샤(寧夏) 대학교 3학년 인창(21)씨는 "한국 학생들이 타국까지 와서 나무를 심는 걸 보면서 환경오염이 한 국가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며 "이번을 계기로 중국과 한국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넓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한중 우의림 조성행사는 한중미래숲센터 대표인 권병현 전 주중대사가 민간단체의 봉사활동을 계획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2년 시안(西安)을 시작으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란저우(蘭州) 황토고원 등 황사가 부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방지책 마련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역경도 많았다. 한국인들이 남의 나라에까지 와서 나무를 심는 걸 중국인들이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제1기 대원으로 식목행사에 참여했던 한중미래숲 방문환(31) 북경지부장은 "시안에서 중국학생들과 대면하자마자 왜 남의 나라에 와서 이런 걸 하느냐는 얘기를 할 정도였고 참여도 저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도 2000년부터 경작지를 줄여 숲을 조성하는 ‘퇴경환림(退耕換林) 계획’을 세우는 한편 2002년에는 무차별적 벌채를 막는 천연림보호공정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국도 99년부터 중국 5개 지역에 우의림을 조성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환경 공조를 벌이고 있다.
권 대표는 "한중 우의림 조성행사는 미래의 숲을 가꿔 황사를 막자는 의의도 있지만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중이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닝우=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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