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2월12일 중국 공산당군 토벌작전 독려차 중국 시안(西安)에 머무르던 국민당 주석 장제스(蔣介石)가 부하인 동북군 총사령 장쉐량(張學良)에 의해 감금된다. 장제스는 당시 항일보다는 국내평정이 먼저라며 공산당 토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장쉐량 휘하의 병사들은 내전정지·일치항일을 요구했고 장쉐량은 이를 수용하여 장제스를 감금한 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북방 군벌타도가 목표였던 1차 국공합작(國共合作)에 이어 항일전쟁을 위한 2차 국공합작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본격화한 국공합작은 1945년 8월 일제의 패망 때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국-공 재대결은 불가피했다. 미국의 중재로 장제스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이에 내전을 피하기 위한 협정이 체결되기도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1946년 7월 국민당군의 공격 개시로 사활을 건 내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국민당군의 참패. 지도부가 무능하고 부패했던 국민당군은 국공통일전선기에 인민들 속에서 힘을 키운 공산당의 홍군을 이길 수 없었다. 국민당은 대륙을 공산당에 넘겨주고 대만으로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갈라섰던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60년 만에 3차 국공합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주석의 중국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이르면 내달 롄잔 주석이 베이징(北京)을 방문, 양안 분단 후 처음으로 국공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대만과 홍콩 언론들은 전한다. 국민당의 대변인은 "롄잔 주석이 방중 기간에 무력사용 없이 현 상황을 30~50년간 유지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은 집권 민진당의 대만 독립 움직임을 견제하고 최근 자신들의 반국가분열법 제정으로 고조된 양안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계산이다. 국민당은 양안 화해 카드로 올해 말 지방선거와 2008년 총통선거에서 정권탈환을 노린다. 각각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지만 최근 고조된 동북아 정세 위기의 요인인 양안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반가운 일이다. 롄잔 주석의 방중이 그들 말대로 ‘평화의 여행’(和平之旅)이 되었으면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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