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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케이블 ‘리얼리티 쇼’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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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케이블 ‘리얼리티 쇼’ 홍수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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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성·케이블 채널은 영미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재활용 창구?

20명의 일반 남성들이 모델에 도전하는 ‘맨헌트’(온스타일), 부자 소녀와 가난한 소녀의 ‘인생 스와핑’을 그린 ‘리치 앤 푸어 걸’(동아TV), 애인이나 부부사이의 불륜 현장을 추적하는 ‘현장고발 치터스’(Q채널)….

현재 한국의 위성·케이블 방송에서 방영중인 리얼리티 쇼는 20여 개가 넘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붐이 정점에 달해있는 미국의 경우 대략 40여 개 안팎의 리얼리티 쇼가 방송되고 있는 점을 비춰보면 한국 유료방송채널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편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양의 증가뿐만 아니라 수입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맨헌트’는 불과 6개월 전 미국 NBC가 운영하는 케이블TV 브라보(Bravo) TV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이다. 내용면에서도 ‘짝짓기’와 ‘서바이벌’ 포맷이 아닌 다이어트, 집 짓기, 레스토랑 운영 등 생활밀착형 소재를 선보이는 등 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월14일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리얼TV’가 개국, 현재 160만 가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리얼TV는 개국을 앞두고 10억원 안팎을 투자해 ‘솔로 탈출 프로젝트’ 등 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수입했다. 일반 PP에 비해 콘텐츠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운 지상파 계열 유료방송 채널에도 리얼리티 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영방송 KBS의 유료방송채널 KBS 스카이도 1월 개편부터 한 저택에 모인 고교 동창생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리얼리티 쇼 ‘하이스쿨 리유니온’를 방영하고 있다.

바야흐로 리얼리티쇼가 유료방송채널 사이에서 ‘대체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료방송 채널들은 영화와 지상파 드라마, 스포츠 중계를 제외하고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찾거나 자체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런 마당에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았을 뿐더러 가격도 국내 지상파 3사의 드라마는 물론 수입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 싸면서도 그 이상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외산 리얼리티 쇼의 강점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 채널들은 외산 리얼리티쇼 수입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 자체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음악 전문 채널인 m.net은 10명의 젊의 연예인들이 한 집에 동거하면tj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홈 스위트 홈’을 방영하고 있다. 여성 전문 위성·케이블 채널인 온스타일은 2004년에 이어 ‘싱글즈 인 서울’ 시리즈의 3탄인 ‘싱글즈 인 서울 콘트라섹슈얼’을 22일부터 방송한다. 그러나 한국형 리얼리티쇼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발가벗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이 한국적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태생적 한계에다 외국 리얼리티쇼와 차별성이 없는 점 등 때문에 큰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

한국형 리얼리티 쇼의 성장 부진 속 외국 인기 리얼리티쇼를 여러 개의 유료방송 채널이 중복 편성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2002년 첫 시즌의 방송을 시작한 미국 ABC의 간판 리얼리티 프로그램 ‘배철러’(Bachelor)는 동아TV에서 시즌 4편을 방영하고 있고 리빙TV와 캐치온에서는 시즌 2편을 각각 재방송하고 있다. 이는 외국 방송사가 1개의 PP에게 케이블 독점 방송권을 주고 있지 않아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리얼리티 붐이 한국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의 발전보다 미국 유료방송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리얼리티의 범람이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시청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유포시키며, 서구 사회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음증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자 주인공이 15명의 남성 구애자 사이에서 200만 달러의 상금과 사랑의 선택을 요구 받는 ‘러브vs머니2(온스타일)’ 12명의 과체중 지원자들의 살빼기 과정을 보여주는 ‘도전! 팻 제로(온스타일)’ 섹시한 남녀를 수영복 심사를 통해 뽑는 ‘아 유 핫’(동아TV) 등에서 살펴볼 수 있듯 대다수의 리얼리티쇼가 성과 자본, 권력의 삼각 축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상을 그리는 데 그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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