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최근 세금연체자가 될 뻔한 위기를 맞았다. 2,500만원의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갑작스레 거래처가 부도나는 바람에 곤경에 처했다.
김씨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은 1,000만원에 불과했다. 7월이면 자금사정이 풀리는데, 소득세 납부 마감일은 당장 5월 말로 다가왔다. 세금 연체에 따른 가산세까지 납부해야 될 처지라 가슴만 태울 수 밖에 없었다.
세무서에 사정을 하소연한 김씨는 뜻밖에도 ‘세금포인트 제도’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 자신에게 쌓인 세금포인트가 400점에 달해 담보 없이 납기를 2개월 연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성실납세자 우대 정책의 일환으로 세금포인트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은 물론이고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납세자가 많다.
세금포인트는 말 그대로 사업소득세,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소득세 납부액의 일정비율만큼 납세자에게 우대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자진신고자와 봉급생활자는 세액 10만원당 1점, 자진신고납부기한을 경과한 뒤 고지서를 받아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에는 10만원당 0.3점이 부여된다. 포인트 부여는 2000년 납세액부터 적용되며 매년 누적된다.
100점 이상 모이면 김씨처럼 담보 없이 납기를 연장하거나 징수를 일정기간 유예 받을 수 있다. 납기를 연장할 수 있는 세금액수는 적립 포인트에 10만원을 곱한 뒤 절반으로 나누면 된다.
김씨의 경우 300점만 사용해도 1,500만원의 납기를 연장할 수 있다. 100점이 남았기 때문에 나중에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면 500만원까지 납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
물론, 100점을 적립하려면 상당 기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250만원씩 4년을 납부해야 100점이 된다. 매년 이 정도의 세금을 내려면 연봉이 5,000만원에 육박해야 한다. 그러나, 포인트가 매년 적립되기 때문에 연봉이 적어도 꾸준히 세금을 내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포인트가 1,000점을 넘게 되면 세무서의 ‘성실납세자 전용창구’를 이용할 수 있고 납세증명, 소득금액증명 등 6종의 민원증명을 택배로 받아볼 수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세금포인트가 100점 이상에 달한 납세자는 104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6만2,000명 증가했으며 1,000점 이상 포인트 보유자도 5만1,000명으로 2004년보다 1만8,000명 늘어났다. 1점이라도 포인트가 부여된 납세자는 1,607만7,000여명에 달했다.
2000년이후 각종 소득세를 10억원 이상 납부해 포인트가 1만점이 넘은 사람은 2,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1,000점 이상 포인트 보유자에 대해 6일부터 등기우편으로 포인트 보유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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