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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옛날 생일과 요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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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옛날 생일과 요즘 생일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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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생일 많은 달’이라는 게 있다. 달랑 세 식구, 네 식구만 챙기면 그런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양가 부모님, 형제와 형수 제수, 거기에 달린 조카들 생일까지 서로 챙기다 보면 어느 달엔가 생일이 왕창 몰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사월이 그렇다.

예전에 어머니는 식구 생일이면 그날 아침 팥을 넣은 붉은 찰밥과 미역국을 끓여 주셨다. 그리고 그날만은 손바닥 반만한 생선 토막 하나씩 우리 밥그릇 옆에 놓아 주었다. 그때에도 살이 가장 통통한 토막은 할아버지와 그 다음 아버지 차례였고, 세 번째로 통통한 토막이 생일이 된 형제의 밥그릇 옆에 놓였다. 그런 풍경은 우리가 저마다 스무 살이 넘어 대처의 학교로, 또는 일터로 큰형부터 하나씩 하나씩 부모님 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다 이제 시골집에서 챙기는 생일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일만 남게 되었다.

엊그제가 아이의 생일이었다. 아침에 미역국을 끓이기는 해도 내 어릴 때와 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저녁에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선물까지 주고받아도 예전에 고등어 한 토막 밥그릇 옆에 놓아줄 때보다 왠지 정성이 덜한 느낌이 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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