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산불의 악몽에 시달려야 합니까." 잇단 수해와 산불로 삶의 터전과 가족마저 잃어버린 동해안 주민들은 또 다시 발생한 산불로 시커멓게 타버린 집터를 쳐다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발생 및 피해 = 불은 4일 밤 11시50분께 양양읍 화일리 야산에서 발생해 초속 18~25c, 순간 최대 풍속 32c의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번졌다. 영동 일원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데 이어 4일 내려진 강풍주의보가 5일 오후 7시부터 강풍경보로 변경됐다.
5일 오전 7시께는 불길이 4차선인 7번 국도를 뛰어 넘어 낙산해수욕장내 소나무 숲에 옮겨 붙어 울창한 송림이 불탔다. 이후 큰불이 잡히면서 강원도는 오전 10시20분께 완전 진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방심하는 사이 산불은 강풍을 타고 급격하게 세력을 얻어 오후에 낙산사를 불태우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강현면 전진리 정암리, 손양면 동호리 등으로 북진했다. 밤이 되면서 바람은 다소 약해졌으나 바다에서 산으로 방향을 튼 바람을 타고 당초 발화 장소인 화일리 물갑리에서 다시 불길이 시작돼 설악산 방면으로 번졌다.
강원도는 주택 160채와 낙산사 등 230여개 동의 건물이 불탔다고 밝혔다.
◆ 주민 대피 = 5일 오전 0시55분께 강현면 사교리 31가구 6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한데 이어 금풍리 35가구 65명, 적은리 45가구 75명 등 223가구 400여명이 마을회관 등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양양군은 불이 사천리와 감곡리 일대로 번지자 5일 오전 2시50분께 인근 침교리와 방축리, 광석리 등 16개 리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283가구 716명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경운기와 승용차 등을 이용해 가재도구를 싣고 급히 피신했으며 논과 밭은 주민들이 옮겨 놓은 가재도구와 소, 돼지 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오후 들어 불길이 강해지고 피해지역이 늘어나면서 전진리 등 5개리 550여 가구, 1,400여명에게 2차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 진화작업 = 산불지역에는 강풍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거센 데다 최초 불이 난 뒤 6시간 동안은 어둠으로 진화헬기와 인력을 투입할 수 없었다. 진화작업은 날이 밝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소방관 군인 경찰 지자체공무원 등 6,000여명과 소방차 55대, 헬기 20대가 동원돼 진화에 나섰다.
날이 어두워지자 1,500여명의 진화인력과 소방차 40대 등으로 진화조를 편성했으나 헬기투입이 불가능해 진화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었다.
양양=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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