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업 추진으로 철도공사가 60여억원의 계약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기된 의혹들은 하나도 규명되지 않은 채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정부투자 기관에서 생기는 웬만한 의혹은 감사원이 조사에 나서고 언론이 본격적으로 취재하게 되면 윤곽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업의 주체인 민간인들과 철도청 산하 철도재단 관련자들, 그리고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치권 인사 등 관련자 모두가 하나같이 철도공사의 사업 참여와 관련, "책임이 없다"거나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의 연결고리 역할, 사업의 신속한 추진, 결재과정 등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여태껏 진상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 눈에는 불가사의하게 비칠 뿐이다. 특히 감사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유전개발사업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인 허문석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가 출국함으로써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이 사건을 보는 국민의 눈은 매섭다. 무성한 의혹들이 철저히 규명되고 조사결과에 따라 엄정한 책임 추궁이 뒤따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진상규명에 나선 감사원이 조사를 보다 신속히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신속하고도 성역 없는 엄정한 조사만이 이 도깨비장난 같은 의혹을 잠재우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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