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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日 교과서 검정결과를 보고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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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중학교 역사와 공민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고 있다. 역사에서 올바른 교훈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역사 연구경향은 역사적 실체와 상관없이 현재 관점에서 과거 기억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를 더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우익정치인과 지식인들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 이어 한국 대통령의 올바른 지적까지 곡해, 폄하하고 있다. 더구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을 비롯한 우익세력들은 이번 역사교과서에 더 개악된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을 고대로부터 중국에 복속된 국가로 규정한다든지, 임나일본부의 실재를 주장한다든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일본이 한반도를 장악해야 한다는 억지주장을 버젓이 서술하고 있다. 더구나 청일, 러일전쟁이 일본의 대륙침략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아시아의 억압받는 민족해방을 위한 전쟁으로 미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종래 오불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1982년 1차 교과서파동 때, 정부는 일본에 압박을 가해 근린제국의 이해를 배려한다는 ‘근린조항’을 추가시켰으며, 2001년 제2차 파동 때는 양국간 학계 차원의 대화통로로 ‘한일역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역사공동위원회만 해도 수십 차례 모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보고서 하나 내지 못한 것만 봐도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 일각에서는 처음 검정 제출본보다 상당히 개선됐다는 긍정 평가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우익교과서 편찬자들이 수정요구를 받아들여 단편적으로 역사용어나 서술내용을 일부 바꿔도 일본의 침략주의,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서술 기조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독도와 역사왜곡 교과서 사태를 사회 전반에 걸친 과거사 청산과 한일관계 재정립을 위한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간에 긴밀한 상호 공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단지 언론을 통한 비판에 그치지 말고,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강제동원과 같은 일제의 전후청산문제와 연관시켜 나가야 한다.

학계와 시민단체들도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 교육단체와 연계해 왜곡교과서의 불채택운동과 더불어, 한중일 삼국 공동 역사부교재보급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지난 번 왜곡교과서 수정요구때 미처 제대로 된 학술대응을 하지 못했던 학계로서는 이번에야 말로 심층적인 교과서 분석을 토대로 철저한 수정요구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일본 교과서 왜곡의 근본적인 대책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자민족 중심의 역사인식을 더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역사교육을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리어 역사교육을 축소내지 해체시켜 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사법, 행정, 외무고시에서 국사과목을 아예 폐지해 버렸다. 중등교육에서 역사를 통합사회과로 편성해 버리거나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들었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디딜 땅이 없게 되었다.

대학에서도 한국의 역사와 한국학에 대한 지원이 끊긴 지 오래다. 지금 정부가 앞장서 일본을 소리 높여 비판하고 있지만, 언제 태도가 변할지 알 수 없다.

오늘날 한국은 역사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사회장치나 교육제도를 거의 갖추고 있다.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도 염두에 두는 역사교육 강화 만큼 더 좋은 방안은 없다.

왕현종 연세대 원주캠퍼스 역사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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