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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사부의 목우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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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사부의 목우사자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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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사실에 뼈를 묻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말을 초년 시절부터 들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말이 점점 더 뼈 속에 와 닿았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몸을 드러내는 배의 이물과 고물처럼, 사실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진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눈사태처럼 매일매일 쏟아지는 사실의 파편들 사이에서, 메마른 사실들의 무덤에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다. 그럴 때 사실보다는 상상, 현실보다는 신화에 이끌린다.

한국일보사 별관과 담을 같이 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18의 11 주한일본대사관. 지난달 16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전후해 이곳은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일본의 독도 야욕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드러내는 사실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다. 일장기가 불타고, 단지(斷指)한 손에서 피가 튀었다. 편집국에서 건너다보니 식목일 휴일인 5일에도 10여대의 전경대 버스가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를 가로막고 있다.

이 사실들의 와중에서 ‘신라 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이사부는 어떻게 독도를 우리 땅으로 만들었을까. 신라 지증왕 13년(512년) 이사부(異斯夫)의 우산국(于山國) 정벌은 역사이고 사실이지만 그 과정은 다분히 신화적이다. 최근 젊은 작가 김별아씨가 한 소설에서 풀어 쓴 이야기는 이렇다.

'우산국은 아슬라주(강릉)에서 배를 띄워 바람을 타고 이틀 정도 항해하면 도착하는 바다 가운데 섬이었다. 사나운 우산도 사람들은 제압하기 어려웠다. 이에 태종(이사부)은 계교를 써서 나무로 허수아비 사자를 만들어 전선에 가득 갈라 실었다. 그리고 해안에 다다라 우산도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만약 너희들이 이대로 몸을 굽혀 신국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한다면, 이 맹수들을 놓아 너희를 짓밟도록 하겠다!" 그러자 우산도 사람들은 목측으로 보기에 꽤 그럴듯한 배 위의 나무 사자들을 진짜 맹수로 착각하여 두려움에 떨며 항복하였다. 이처럼 태종은 지혜와 용기를 동시에 갖춘 장수이자 관리였다.>

이사부의 목우사자(木偶師子) 이야기다. 독도는 이렇게 해서 1,500년 전에 우리 영토가 됐다. 무지하고 부끄럽게도 기자는 정사인 삼국사기 권44 열전4 이사부전에 기록된 이 사실을 몰랐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로 기록된 그리스 신화 트로이의 목마(木馬)에는 익숙한 우리들이지만 이사부의 목우사자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우리는 학교에서조차 이런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독도에 일반인의 입도가 허용됐다. 그러나 5일까지 우리 국민들을 실은 배가 실제 독도에 닿은 것은 단 두 차례. 독도는 그만큼 쉽게 곁을 내주지 않고 있다. 실효적 지배는 당연하고, 해군·해경의 합동훈련도 중요하고, 국제관계도 물론 깊이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 속에 독도를 우리 땅으로 들여놓는 일이다. 이사부의 지혜와 용기를 갖는 일이다. 역사를 상상하자. 동해의 거친 풍랑이 독도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면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다리라도 놓아보면 어떨까. 그리고 교각은 당당한 이사부의 목우사자로 장식하는 것이다. 독도에 관해 쌓이는 사실들 사이에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4일에도 독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앞바다에서 시 낭송제를 연 한국시인협회 회원 100여 명은 "이제 독도를 섬이라 부르지 말라"고 외쳤다.

하종오 사회부 차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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