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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 때문에 교수형에…/ 신간‘먹고, 쏘고, 튄다’문장부호의 중요성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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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 때문에 교수형에…/ 신간‘먹고, 쏘고, 튄다’문장부호의 중요성 역설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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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콜론(;)이냐 마침표냐를 두고 맞서던 편집자를 해고해버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는 문장 부호 하나의 무거움을 아는 작가였다. 희곡작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 때 배우들에게 대본의 쉼표 느낌표 하나하나를 엄격히 따르도록 지시했고, 빅토르 위고는 그의 소설 ‘레 미제라블’이 잘 나가는지 궁금했던 나머지 출판사에 전보를 치면서 달랑 ‘?’ 하나를 적었다고 한다.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린 트러스가 지은 ‘먹고, 쏘고, 튄다’(문학수첩 발행)는 문장 부호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일깨우는 책이다.

책에는 문장 속 쉼표 하나 때문에 교수형을 당한 아일랜드인 이야기나 편지에서 마침표의 위치가 잘못되는 바람에 조기 촉발된 어떤 전투 등 역사적 사례와 에피소드 등이 풍성하다. 책의 제목 ‘eats shoots and leaves’는 ‘(팬더가) 죽순과 잎을 먹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엉뚱하게 쉼표 하나가 끼어 들어 ‘eats, shoots and leaves’가 되면 ‘먹고 쏘고 튄다’로 변질된다는, 즉 문장부호의 중요성에 대한 반어적 표현이다.

서울대 장경렬(영문) 교수는, "때로 진땀은 흘렸지만 시종 유쾌하게" 이 책을 번역했다고 말했다. "생활·언어습관의 차이를 우리 식으로 바꾸거나 책에 소개된 사건의 맥락과 문학작품의 배경 등을 풀어 쓰느라 배꼽이 배만 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지 800매짜리 책 본문에 500매 남짓의 주석을 달았다. 그는 "우리의 문자언어 역시 심각한 문장부호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이 영어나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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