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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개악/ 커지는 갈등…국제무대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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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개악/ 커지는 갈등…국제무대 번지나

입력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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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 전망

5일 발표된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로 한일 관계는 격량에 휩싸일 전망이다. 감정적 대립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격하게 대립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 같다. 2월말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독도의 날’ 조례 제정을 계기로 악화일로의 한일관계는 마지막 잠복 변수인 교과서 검정결과마저 겹쳐지면서 유례없는 ‘역사전쟁’속에 빠져들고 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공민교과서의 독도 기술은 과거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하고 우리의 해방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국의 대치는 결코 역사 분야에 한정될 것 같지 않다. 우리 정부가 유엔 인권위원회나 유네스코 등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침략역사 부인을 알릴 작정인데다 일제의 침략을 받았던 아시아 각국과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대립은 자연스럽게 외교무대로 전이될 전망이다.

특히 양국의 갈등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로 비화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게 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독일 방문을 계기로 일본에게 독일식의 철저한 역사 반성을 촉구하면서 일본의 상임위 진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노 대통령은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나라는 안보리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반대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양국의 대립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 정부가 양보 카드를 내놓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성의를 보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핵심인 독도 문제 만큼은 양보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후소샤 공민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을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내용대로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개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독도, 교과서 왜곡, 일제 피해 배상문제 등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를 맞아 정부 당국자들은 "정부가 지금껏 밝힌 대로 지구전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그간의 숱한 갈등 경험을 토대로 대화와 우호기조는 이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7일 파키스탄에서 만날 한일 외교 장관들은 상대방의 진의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첨예해짐에 따라 북핵 문제 등 동북아 정세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日 "역사는 역사, 영토는 영토"

일본 정부가 교과서 문제에 따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검정결과 자체에서 "역사는 역사, 영토는 영토"라는 자세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역사문제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지만 영토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강경 자세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번 검정에서 역사문제는 성의를 보인 흔적이 보인다. 창씨개명 및 징용·징병의 강제성 희석 기술 등 한국 정부가 시정을 요구한 대목을 개선해 "현행본보다는 악화하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5일 교과서 검정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의 입장과 일본의 입장은 다르다"며 "차이가 있다고 해서 대립을 심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초강수를 두었다. 후소샤 공민 교과서는 독도관련 사진 설명을 당초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검정신청을 했지만, 검정의견은 "영유권에 관해 오해할 우려가 있다"로 나왔다. 결국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고쳐졌다.

본문도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신청본)에서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합격본)로 개악됐다.

검정 결과를 한국측에 사전 통보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반발을 우려해 ‘역사와 영토 분리원칙’을 특히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도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문제화되고 있는 부분"이라며 "독도 검정의견도 이미 지난해 제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자세에는 자민당 내 보수 우파 실력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른 일본 관료들의 망언과 강경 발언에서 이미 예견됐다고도 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교묘한 외교전술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설명을 무조건 무시할 경우 일본 시민사회 등과 연대한 교과서 개선 작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친한파 일본인들도 영토문제로는 한국편에 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실무급, 각료급에서 전체적인 한일관계에 대해 의견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日 15개 시민단체 "채택 저지"/ "자민당서 채택압력" 기자회견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 21’등 15개 일본 시민단체들은 5일 후소샤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은 국제공약 위반이라며 이 교과서의 채택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도쿄(東京) 일본교육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소샤 교과서는 침략전쟁 포기 등 일본정부의 약속을 위반한 내용"이라고 비난했다. 또 한국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南京)대학살을 무시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네트 21’사무국장은 "자민당이 4년 전 교과서 채택에 안이했다는 판단과 헌법·교육기본법·교과서를 표리 일체화한다는 인식 아래 지구당 등을 동원, 대대적 채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를 왜곡한 후소샤의 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일본의 교육, 나아가 일본 사회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저지 운동을 펼쳐 적어도 공립학교에서는 채택율 제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사교육자협의회의 이시야마 히사오(石山久男) 위원장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유착한 보수 정치인들이 교과서 채택 제도를 왜곡 교과서에 유리하도록 개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 中정부 "분개"/ "제국주의 과오 미화" 日대사 소환 공식항의

중국은 5일 난징(南京) 대학살 등 중국관련 기술을 개악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 등 일본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에 유감을 표명하고,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대사를 외교부로 소환해 일본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 "중국 정부가 거듭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개정 역사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관영 CCTV가 전했다. 외교부는 또 "역사 교과서 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제국주의적 침략의 역사를 제대로 보고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교육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으며, 이 교과서가 일본 젊은 세대에게 독약이 될 것"이라며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만든 교과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과오를 미화하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모든 국가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이전에 일본의 역사 교과서 개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며 "일본에 대해 중국인의 불만을 고려해 교과서 개정을 신중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역사적 사실을 미화하고 침략을 미화하는 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비난했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이날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난징대학살에 대해 지난 2001년판 내용 중 일부를 삭제했지만, 사실상 개악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2001년판 교과서에는 중일전쟁을 서술하면서 괄호 안에 ‘일본군이 민중사이에 이끌려 들어가 수많은 사상자가 났다. 이를 난징사건(南京事件)이라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이번 개정판에서 이 내용이 삭제됐다"면서 "그러나 ‘사건의 실제정황이나 자료상 많은 의문이 발견되며, 현재도 논쟁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고이즈미 총리 등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한 반면,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대처해왔다. 2001년에도 주중 일본 대사를 불러 8개항에 걸쳐 재수정하라고 요구하는 비망록을 전달했으나 한국에 비해 강도는 약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는 이런 기조의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베이징= 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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