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치 않은 ‘새역모’ 움직임
"후소샤 교과서만 공격하지 말라."
일본의 극우 보수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4일 언론에 이렇게 요청했다. 새역모는 이날 ▦특정 교과서만이 아니라 전 출판사의 기술 내용을 보도할 것 ▦정치목적을 가진 일부 조직에 이용되지 말 것 등을 요청하는 문서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이는 교과서 채택의 확대를 노리는 새역모의 치밀한 홍보전이다. 이들은 후소샤 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이 2003년 0.036%, 2004년 0.09%에 머문 것이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보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교과서 검정과 채택 과정을 살펴보면 새역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채택률 1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와 압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새역모는 문부과학성의 검정이 끝나기도 전에 검정신청본 교과서를 각 교육위원회 등에 배포하는 등 사전 채택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부성이 검정을 중지할 수도 있는 중대한 금지 행위이다. 일본의 시민단체가 이를 문부성에 고발했지만, 문부성은 궁색한 변명을 내세우며 눈감아줬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중심으로 하는 자민당의 강경 ‘교육족(族)’ 의원들이 새역모를 지원하기 때문에 문부성이 꼼짝 못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족이란 문부과학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교육계 이권 등을 챙기는 의원을 일컫는다.
지난달 29일 교과서 검정이 한창 진행 중인데도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성 장관이 교과서 기술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독도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해야 한다고 망언을 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琉球)대 교수(교육학)는 자민당 내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의 좌장을 지낸 나카야마 장관이 취임한 이후 "문부성이 정치가에 무릎을 꿇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역모에 대한 외부의 후원도 200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아이카와 겐타로(相川賢太郞) 미쓰비시(三菱)중공업 회장,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 등 각계의 보수 우익 인사들이 총 출동해 새역모 후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역모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후원자만도 4월4일 현재 306명에 이르고 있다.
‘자유주의에 입각한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새역모는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도쿄(東京)대 교수 등이 중심이 돼 1997년 만들어졌다. 일본의 독자적 관점에서 자유롭게 역사를 서술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 ‘자유주의사관’이라고 주창하고 있다. 일본의 학계와 교과서를 좌익적 시각이 지배해 왔다고 보고 이를 ‘자학사관’으로 규정하는 새역모는 침략전쟁 등 일본의 과거사를 정당화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교과서 채택 절차와 현황/ 교장(국·사립) 교육위(공립)에 채택권
5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2006년 교과서는 앞으로 교육현장에서의 채택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이를 위해 교과서 발행자는 이 달 중에 새 교과서의 목록과 견본을 문부성에 제출하고, 6~7월에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활동을 펼치게 된다. 각급 학교의 교과서 채택은 8월31일 완료될 예정이다.
교과서 채택권은 국·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장이 갖고 있고, 공립학교는 해당 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에 있다. 시청각장애학교와 양호학교 등 특수학교는 일반적으로 광역자치단체 교육위원회가 채택한다. 광역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 교육위원회는 새 교과서에 대한 연구조사를 거쳐 국·사립학교와 기초자치단체인 구·시·정·촌(區市町村) 교육위원회에 조언 및 지도와 지원을 할 수 있다.
2004년 현재 교과서 채택률(학생수 기준)은 역사교과서(총 8개종)의 경우 도쿄서적이 51%, 오사카서적이 14%, 교육출판사가 13% 등 상위를 점하고 있다. 10% 채택을 목표로 했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문제의 후소샤 교과서는 2001년 0.039%, 2004년엔 0.09%에 머물렀다.
지난해 후소샤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모두 19개 학교로 공립이 11개교, 사립이 8개교다. 이는 2003년 15개교(공립 7개교, 사립 8개교)에서 4개교가 늘어난 것이다. 학생수로는 약 126만명의 학생 중 1,200여명이 후소샤 역사 교과서로 공부한 셈이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올해 개교한 중고 일관 교육학교인 도립 하쿠오(白鷗) 고교 부속중학교의 역사 교과서로 후소샤판을 채택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후소샤 역사교과서의 채택이 도쿄도(공립교 4개교)와 에히메(愛媛·공립교 7개)현에 집중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새역모측은 이번 교과서의 채택률 향상을 위해 오래 전부터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채택률은 과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제도는 교과서 집필자나 발행자가 문부성에 검정을 신청하면 ‘검정조사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합격할 경우 교과서로 승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 ‘새역모’ 주요 후원자 명단
■재계
미쓰비시(三菱)중공업 회장 相川賢太郞
후지쓰(富士通)(주) 명예회장 山本卓眞
아사히맥주 전 회장·명예고문 中條高德
일본담배산업(주) 회장 土方武
가와사키(川崎)중공업(주) 전 부사장 高橋鐵郞
이스즈자동차(주) 고문 飛山一男
(주)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若月三喜雄
마루베니(丸紅)(주) 전 상임고문 渡邊晴朗
가오(花王)(주)전 회장 中川弘美
아지노모토(味の素)KK 명예회장 鈴木三郞助
가지마(鹿島)건설(주) 명예회장 石川六郞
(주)고베(神戶)제강소 특별고문 關根廣文
미쓰비시(三菱)총합연구소 고문 牧野昇
스미토모(住友)부동산(주) 이사회장 高城申一郞
브리지스톤 사이클(주) 전 사장 石井公一郞
다이세이(大成)건설(주) 고문 淡河義正
닛쇼이와이(日商岩井)(주) 고문 杉原明
도시바(東芝)플랜트건설(주) 전 고문 竹尾治男
(주)분쿄도(文敎堂) 대표고문 嶋崎欽也
■금융계
(주) 아사히(朝日)은행 전 고문 伊地知重威
도쿄미쓰비시(東京三菱)은행 전무 岡本和也
스미토모(住友)신탁은행(주) 특별고문 櫻井修
일본개발은행 전 이사 丸山利男
■관계
내각법제국 전 장관·NTT 특별고문 吉國一郞
내각안전보장실 전 실장 佐佐淳行
특허청 전 장관 志賀學
대장성 전 사무차관 長岡實
방위청 전 사무차관 亘理彰
문부성 전 주임교과서 조사관 村尾次郞
도쿄도 도지사 石原愼太郞
■종교계
일본불교협의회이사장 吉田啓堂
천태종(天台宗) 종무총장 藤光賢
염법진교(念法眞敎) 총무부장 桶屋良祐
(종)신생불교교단 대표임원 秋本協德
중산사(中山寺) 주지 今井圓明
엄왕원(嚴王院) 주지 大角光徹
서산흥강사(西山興隆寺) 명예주지 大澤自聚
화종(和宗) 사천왕사(四天王寺) 집사장 出口順得
진언종천통사(眞言宗泉涌寺) 파견관장 小林海暢
신도(神道) 정치연맹 회장 宮崎義敬
(*4월4일 현재 새역모 발표 306명 중 40명을 추린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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