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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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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생뚱맞다

입력
2005.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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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다’는 말이 대유행이다. TV코미디의 한 개그코너에서 사용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말이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사랑받는 유행어가 된 느낌이다. 개그프로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서부터, 학자들의 글, 언론의 기사에 등장하더니 정치인들의 입에도 자연스럽게 오르내린다. 교육부총리 인선과정에서 민주당의원이 거론된 것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 원내대표가 "요샛말로 생뚱맞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국방차관의 전력 논란이 일면서 야당 의원들이 음모론을 제기하자 참여연대가 "한마디로 생뚱맞기 그지없다"고 반박하는 등 쓰임새도 다양해졌다.

■ ‘생뚱맞다’는 행동이나 말이 앞뒤 상황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생소하다의 ‘생’과 엉뚱하다의 ‘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동안 이 말은 남한에서는 그다지 널리 쓰이지 않았지만 북한에서는 일상적인 말로 자주 쓰인다고 한다.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영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북한의 공식적인 대남 비난 성명에도 "남조선이 생뚱맞은 제안을 들고 나와 회담에 복잡성을 제기했다"는 식으로 곧잘 사용되곤 했다.

■ 국어사전 속에 숨어 있던 이 말이 요즘처럼 사용빈도가 많아지고 용도도 다양해진 것은 순전히 TV코미디 덕이다. SBS TV의 코미디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 중인 컬투(정찬우 김태균)가 특허처럼 즐겨 사용하면서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행어로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처럼 인기를 얻기 전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던 중 두 사람이 애드리브로 즐겨 쓴 이 말은 방송 전파를 타면서 놀라운 위력으로 퍼져 나갔다.

■ 유행어는 그 사회의 산물이자 상징이다. 어떤 말이 유행어가 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그런 토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개그코너에서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쓰인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수용하며 애용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생뚱맞은 일이 자주 벌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들은 지도자 정치인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생뚱맞은 언행을 너무 자주 목도하고 있다. 컬투의 또 다른 유행어 ‘그때그때 달라요’도 일관성 결여, 무소신, 무원칙을 풍자한다. 웃음을 만들어내면서도 우리 사회를 꿰뚫어 보며 파수꾼 역할까지 해내는 그들이 달리 보인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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