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문화마케팅’바람이 불고 있다. 제품 알리기에 앞서 연관된 유행을 먼저 불러 일으키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것이 문화마케팅의 핵심 전략.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과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 디지털 기기 업체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뮤직비디오 ‘애니모션’이 대표적인 예다. 4일 관련업계 집계에 따르면 애니모션은 지난달 15일 인터넷에 첫 공개된 이후 1주일 만에 175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또 컬러링과 통화연결음 등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도 3주간 10만여 건이 팔렸다. 힙합 리듬과 역동적 안무, 이국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이 뮤직비디오는 삼성전자가 기획과 제작, 배포까지 전담한 일종의 ‘애니콜 홍보물’이다. 인기가수 이효리와 에릭이 출연하지만 진짜 주연은 이야기 전개의 고리로 등장하는 삼성전자 ‘가로본능2’(왼쪽 사진)와 ‘게임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출시된 가로본능2는 이미 5만대의 선 주문을 받았고, 곧 출시될 게임폰에 대한 기대감도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애니모션 마케팅은 특히 이기태 정보통신총괄사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의 타 사업부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어머나폰’ 역시 문화마케팅의 대표적 수혜 종목이다. 이 제품은 당초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강조해 ‘뮤직폰’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지만, TV 광고 주제가로 쓰인 신세대 트로트 ‘어머나’가 대유행하면서 어머나폰으로 알려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MP3폰의 주요 고객은 10~20대 젊은 층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중·장년층 소비자들도 LG전자 뮤직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이는 어머나 노래의 광범위한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말에 첫 출시된 어머나폰은 지난해 28만대가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LG전자는 어머나폰의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서울대 출신 연예인인 김태희씨의 이미지를 적용, 영어사전 등 학습보조기능을 내장한 ‘김태희폰’(오른쪽)을 내놓았다.
지난해 강남 멋쟁이들 사이에 최고 인기를 모았던 모토로라 ‘스타택2004’는 일찌감치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유행 코드를 휴대폰에 입혔다. 정우성은 ‘스타택2004’ 광고에서 남성적 카리스마와 도회적 매력을 동시에 풍기는 전형적 메트로섹슈얼 이미지로 등장한다. 모토로라는 이러한 문화 마케팅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 12% 벽을 깨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디지털카메라 업체 올림푸스도 2003년 영화배우 전지현을 기용한 광고 시리즈에서 ‘디지털카메라는 추억을 남긴다’는 이야기를 강조해 디카를 젊은 연인들의 문화 코드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