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즐거워야 한다. 더 정확한 표현은 마음이 편해야 한다. 재테크를 잘 해서 수익이 많이 나면 자연히 즐겁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예전에 은퇴 후 퇴직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생활하는 60대 고객을 상담한 적이 있다.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예금이자 때문에 답답해서 찾아온 이 고객은 뭔가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안전함보다는 무조건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투자 경험이 적고 자금도 퇴직금 운용인 만큼 일단 조금만 투자상품에 넣어보자고 했지만 화끈한 성격만큼이나 그 자리에서 바로 예금을 전액 투자상품으로 갈아타고는 은행 문을 나섰다. 그 고객을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3일 후. 일단 투자상품으로 갈아타긴 했는데, 손해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도무지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돈도 좋지만 그러다가 사람이 먼저 쓰러지겠다고 빨리 가서 돌려놓고 오라고 성화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저금리 시대인 지금은 투자의 시대다. 싫든 좋든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원활한 자산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드는 것도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 결과를 떠나 그 과정에서 속을 시커멓게 태우면서 마음 고생을 했다면 얻는 것 보다 잃은 게 더 많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이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면서 내게 맞는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요즘 투자대안으로 많이 찾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말 그대로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다. 수익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그 만큼 손해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고수익엔 마음이 끌리면서도 고위험 때문에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더 큰 시야로 숲을 한번 보자. 만일 자산 전부를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는데 성과가 나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타격은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주식형 펀드에 일부 투자하고 나머지는 또 다른 여러 상품에 분산해 투자 했다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만큼 리스크도 줄어들게 된다. 10곳을 투자해 1~2군데에서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8~9곳에서 받쳐준다면 여전히 내 자산은 플러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투자상품과 안전성 높은 상품 가운데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큰 위험 때문에 주저할 수 밖에 없고 갈등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향에 맞게 분산해서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하나만 보지말고 전체를 보자. 이것이 바로 체계적인 재테크 전략이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PB(프라이빗뱅킹) 고객들의 자산관리 비법이다. 재테크를 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해답인 것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hans03@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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