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귀화한 일본인 학자가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 주는 19세기 일본 지도를 발굴해 공개했다.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호사카 유지(49·保坂祐二) 교수는 4일 독도 문제를 다룬 ‘일본 古(고)지도에도 독도 없다(㈜자음과모음 발행·사진)’를 펴냈다. 그는 여기서 고지도 및 일제시대 일본 지도 17장과 일본 정부 고문서, 대한제국 칙령 등 생생한 사료와 증거를 들이대며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언했다. 이날 세종대 다산관 4층 연구실에서 마주한 호사카 교수는 소중하게 보관 중인 여러 장의 지도부터 꺼내 보였다.
"이 고지도들은 일본인들이 한국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비공개 자료입니다. 작년 12월 말부터 4차례 일본에 가서 정말 어렵게 구했습니다. 고지도 수집가를 일일이 수소문해 비싼 값을 치르고 얻어냈지요." 그가 펼쳐 보인 것은 1876년 9월 작성·발행한 ‘대일본전도(大日本全圖)’. 일본의 각 지역 명칭이 상세히 적혀 있지만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없다.
그는 또 이 지도의 기초가 된 ‘관판 실측일본지도(官板 實測日本地圖·1870년)’의 영상을 모니터에 펼쳐 보였다. "이노 다다타카(伊能忠敬)라는 유명한 지도학자가 작성한 권위 있는 관찬 지도입니다. 여기에도 시마네(島根)현에 속한 곳으로 일본에서는 독도와 가장 가까운 오키(隱岐)섬은 있지만 독도는 없습니다. 1870년 메이지 정부가 울릉도와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인가를 조사했고 조선 영토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에도 시대에서 메이지 시대 초기까지 일본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지도들은 한국 쪽의 결정적 증거가 돼 줄 겁니다."
1926년 작성 후 1930년에 수정한 ‘육지측량부출판지도구역일람도’에도 독도는 들어 있지 않다. 독도는 1905년 시마네현에 강제 편입시킨 이후에도 일본 정부가 관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그는 지난 2월 일본의 한 현립지도센터를 찾아가 ‘관판 실측일본지도’를 열람하려 했으나 직원들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영상자료만 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특히 지도의 출처는 절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 알면 원 자료를 모조리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2003년에 귀화한 한국인이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한·일 관계 연구를 위해 고려대 정외과에 편입해 일제시대 일본의 만행에 대한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일동포 친구가 많았던 탓인지 명성황후 시해사건 같은 양국의 역사 문제에 관심이 컸다. 86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2남 1녀를 두었다. 청국장과 김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호사카 교수는 역사와 관련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대해 언론 기고 및 저술 등을 통해 한국인 못지않게 비판을 가해 왔다. 일본인으로서 부담이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반일 이전에 지일(知日)이 우선입니다. 일본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나라지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한편으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진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요. 저를 응원해 주는 양심적인 분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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