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옷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을 만나 기쁩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71)가 2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디자이너 생활 30주년 기념 도쿄 전시회 참석차 일본에 온 길에 짬을 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착 달라붙는 검정 반팔 티셔츠에 검정 바지, 스니커즈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유머 넘치는 다변가였다. 한국 내 아르마니 매장에 들른다며 회견장에 1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항의성 질문이 이어지자 "미안하다"면서도 "(내가 멋있으니까 용서가 됐지) 멋지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슬쩍 넘어갔다.
아르마니는 남성복으로 시작해 여성복, 액세서리, 홈 인테리어까지 영역을 넓힌 패션계의 거물. 1980년대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의 협찬자로 인지도를 높여 ‘스타 마케팅의 원조’로 불린다. 아르마니 그룹은 37개 국에 진출해 연간 약 1조원(한국 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옷을 위한 옷이 아닌, 입는 사람을 위한 옷’이다. "인체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방법은 옷을 벗기거나 입히는 것입니다. 나는 후자를 택했지요. 옷으로 옷 밑의 몸이 아름답게 드러나도록 하는 역설을 즐깁니다."
그는 이날 서울 청담동 매장 세 곳을 걸어서 돌아봤는데 검정 아르마니 정장 차림의 수행원 15명이 뒤따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3일 오전 출국했다.
글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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