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내리꽂는 물줄기의 위용이 더없이 장쾌하다. 우레 같은 물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듯 하다. 겸재 정선(1676~1751)이 개성의 명승 박연폭포를 그린 ‘박연폭도’(朴淵瀑圖)는 실경보다 더 힘차고 웅장한 느낌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반면 능호관 이인상(1710~1760)이 백두산 천지를 그린 ‘장백산도’(長白山圖)는 심심할 만큼 담백하다. 필치는 무심한듯 소략하고, 공간은 휑 하니 비어있다. 격정을 거침없이 쏟아낸 정선의 ‘박연폭도’와 달리 절제와 응축에서 나온 문기(文氣) 서린 그림이다.
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울 소격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리는 ‘조선 후기 그림의 기(氣)와 세(勢) 전’은 이 두 그림을 중심으로 14명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기획자인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조선 후기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파워풀한 그림이 많이 그려져 이번 전시 제목을 ‘기와 세’라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러한 경향은 18, 19세기 경제력 발달에 따른 자신감과 실사구시 정신에 힘입어 조선풍 문화를 창조하려는 사회적 의지가 팽배했던 그 시절의 물결을 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와 ‘세’는 한덩어리로 쓰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갈라보면 ‘기’는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券氣) 등 기품이나 기백을, ‘세’는 강렬하게 솟구치는 힘을 가리킨다. 둘 다 작가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난 형태이지만, ‘기’가 깔린 작품은 관조적이고 고요한 반면에 ‘세’가 강한 작품은 거침없이 뿜어내는 격정과 과장이 특징이다.
조선 후기 근 200년 간의 그림을 모은 이번 전시에는 장승업 만년의 화풍을 대표하는 ‘산수인물영모’(山水人物翎毛) 8폭 병풍,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의 청록 채색화 ‘요지연도’(瑤池淵圖)와 ‘요지군선도’(瑤池郡仙圖)가 포함돼 있다. 특히 윤두서의 청록 채색화 두 점 등 19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02)720-1524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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