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랑의 산 역사인 갤러리 현대(서울 사간동)가 6일부터 개관 35주년 기념전에 들어간다. ‘근·현대 미술의 대가들’ 이라는 제목 아래, 그동안 이 화랑과 깊은 인연을 맺은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을 모아 1부(24일까지)와 2부(26일~5월 10일)로 나눠 전시한다. 갤러리 현대의 역사는 곧 한국의 화랑사이자 그 중심이다. 그 이전에 반도화랑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화상의 시대는 갤러리 현대로부터 출발한다. 1970년 인사동에서 현대화랑으로 문을 열어 1987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고, 1995년 사간동으로 이사해 오늘에 이른다.
갤러리 현대는 그동안 300회가 넘는 기획전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다. 자연주의 계열부터 최첨단 실험작까지, 노대가부터 신진작가까지 아우르는 그 목록에는 크게 화제가 된 전시도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72년 이중섭 전. 인사동 네거리에 관람객이 수백m나 늘어섰던 이 전시는 미술계 안에서만 회자되던 이중섭의 신화가 일반에까지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 작가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첫 한국전을 비롯해 크리스토, 소토, 세자르, 바스키아, 엘스워스 켈리, 리히터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 1부는 20세기 미술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외국 작가들과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한국인 작가를 중심으로, 2부는 한국인 작가군으로 꾸며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성과와 현주소를 비교적 폭넓게 보여준다.
1부의 외국작가는 입체파를 주도한 피카소와 브라크를 비롯해 초현실주의 계열인 미로와 아르프, 자코메티, 전후 프랑스 미술의 앵포르멜(비구상) 운동을 이끈 뒤뷔페, 미국적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로드코와 샘 프랜시스, 팝아트의 선구자 리히텐스타인,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에 걸쳐 포스트모더니즘의 장을 연 스텔라와 리히터 등 11명. 국내 작가 중심으로 꾸렸던 개관 25주년 전, 30주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외국 대가들의 작품을 포함시켜 무게를 더했다. 미로와 아르프, 피카소, 자코메티의 조각이 1점씩이고 나머지는 회화작품이다.
이들과 나란히 1부를 구성하는 한국인 작가는 6명. 국내 추상미술 1세대인 김환기와 유영국, 서체적 추상의 대가 남관, 이응로 등 작고한 거인들 외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철사 조각으로 유명한 존 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2부는 한국 작가들의 그림만으로 꾸민다. 갤러리 현대 하면 떠오르는 이중섭과 박수근을 비롯해 장욱진 변종하 권옥연 최영림 도상봉 이대원 김기창 천경자 김창열 박서보 서세옥 등 24명을 통해 1950~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사를 돌아본다. (02)738-200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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