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난 여자 아이가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거녀에게 폭행당해 전신 혈액순환 장애(속발성 쇼크)로 사망했으나, 사망직전의 폭행사실이 기소되지 않아 상해치사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소된 범죄는 사망 5일전의 폭행사실뿐이고 시간차로 인해 이는 쇼크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는 3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34)씨와 동거녀 B(34)씨에 대해 상해치사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만 인정해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의류업을 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 B씨에게서 짜증 섞인 말을 들었다. A씨의 딸 C(당시 4세)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자주 토하는 버릇이 거슬린다는 것이다. "말로만 하지 말고 따끔하게 혼을 내 줘라"는 동거녀의 종용에 따라 A씨는 딸의 얼굴과 허벅지 등을 심하게 때렸다. C양은 때리는 아빠를 피해 B씨에게 달려왔으나 B씨도 "왜 도망을 오느냐, 아빠에게 가라"며 도움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C양을 벽에 떠밀어 다치게 했다.
또 30분 후 C양이 냄비 안에서 삶은 계란을 꺼내려다 뜨거운 물이 얼굴과 몸에 쏟아져 화상을 입었으나 치료도 해 주지 않고 방치했다.
수사기관에서 A, B씨의 폭행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것뿐이었다. 이후 5일이 지난 뒤 C양은 속발성 쇼크로 사망했다. 전문의 소견 등에서는 추가 폭행이 없을 경우 5일 전의 폭행만으로는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범죄사실의 폭행과 5일 후 쇼크사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힘들다"며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는 C양 전신에서 피하 및 근육출혈이 나타나고 내부 장기가 창백한 점 등 광범위한 외부 폭행에 의한 쇼크사임이 드러난 상태여서, 더 심한 폭행이 있었던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이 부인하기는 하지만 C양이 사망 전까지 피고인들로부터 추가적인 폭행을 당해 사망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해, 추가폭행 사실을 밝히지 못한 수사기관을 간접 비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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