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운동가들은 머지않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에서 형성되는 의견 일치의 기류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은 3월28일 시카고선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최소한 올해 안에 이라크 철군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일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밝혔다. 노박은 주장의 근거로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내세웠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현 이라크 임시정부가 안정적인 행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더라도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관료를 지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박은 국민 여론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철군 지지 여론이 우세하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부시의 지지자들조차 폭동진압 임무를 이라크에 넘겨주고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미국인은 부시의 전쟁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59%가 ‘안정적인 이라크 정권 재건에 실패하더라도 1년 안에 미군이 철수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라크전에서 숨진 1,500여명의 미군 전사자와 수만 명의 부상자에 대한 중압감도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박은 "부시 행정부는 새 이라크 정부 구성을 돕기 위해 너무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칼럼은 "미국의 ‘주제넘은’ 이라크 점령은 내란과 폭동을 막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는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의 말을 언급했다. 이같은 우려는 피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월 상원에서 한 증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고스 국장은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장이 되고 있다"며 "도심테러 전술을 익힌 지하드가 국외로 빠져나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지에서 국적을 초월한 테러리스트 조직과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의 조언자들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야 할 때라고 권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노박의 주장대로라면 부시는 이른 시일 내에 이들의 조언을 따라 결국 철군을 단행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철군하느냐이다. 미군 철수는 여러 가지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반전시민단체 ‘데모크라시 라이징 유에스(Democrcy Rising US)’는 경제적인 철수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군대 주둔을 위한 상주기지 건설 중단은 물론 미국 기업의 철수도 포함된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 경제를 회생시켜 미국 기업이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폴 브레머 전 이라크 임시행정처 최고행정관은 외국계 기업에 유리한 각종 법률을 마련했다.
미국은 철군과 함께 이라크 국민에게 경제를 돌려줘야 하며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도적인 원조의 지속이야말로 이라크를 재건하는 지름길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경제 제재는 이라크를 붕괴시켰고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불법적인 전쟁과 점령은 이라크를 처참하게 파괴시켰다. 미국은 이라크를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석유회사 등 미국의 많은 기업이 불법적인 침략과 점령에 따른 이익을 취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라크 석유와 경제자산에 대한 지배권은 반드시 이라크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완전하고 책임감 있는 철군을 위해 반전 운동가들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랄프 네이더 소비자운동가 2000년, 2004년 미국 대통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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