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히 납부한 사람만 바보가 되는 이상한 법이 어디 있습니까."
300가구 이상 아파트 입주자에게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한 옛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성실 납부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세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위헌결정의 혜택을 받지만 성실히 세금을 낸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3일 한국납세자연맹(www.koreatax.org)에 따르면 위헌 결정에 따라 혜택을 보게 되는 경우는 ▦아직 부담금 고지서를 받지 않았거나 ▦부담금 고지서를 받았어도 수령일로부터 90일 이내인 경우 등이다.
이중 고지서 수령 90일 이내인 경우에는 감사원에 심사를 청구하는 등 불복신청을 해야 한다. 아직 심사청구를 안했다면 한국납세자연맹의 도움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심사청구를 하면 이미 납부한 부담금을 환급받거나 미납인 경우 부과취소 통보를 받게 된다.
문제는 고지서를 받고 이의신청 없이 90일이 지나버린 경우. 군말 없이 부담금을 납부하고 고지서 수령 후 90일이 지나버렸다면 이의신청이 안돼 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체납인 경우도 물론 납부를 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상 위헌결정은 형벌법규를 제외하고는 소급적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동일한 이유로 법원에 계류 중인 확정되지 않은 모든 사건에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확대해석"하고 있어 행정심판(감사원 심사청구) 중인 사건에는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친다. 앞서 1999년 택지초과부담금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미 부담금을 낸 6만여 납세자가 1조4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 김영훈씨는 "세금납부는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그런 사람은 바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세금은 무조건 내지 말고 이의신청부터 해야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새 부담금 법안은 부과 대상을 ‘100가구 이상’으로 하향조정하고 부담주체도 개발사업자로 바꿨으며 부과요율은 분양가의 0.8%에서 0.4%로 낮췄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위헌 결정에서 "부담금과 같은 별도 재정 수단을 동원해 특정 집단으로부터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 점에 비춰 새 법안 또한 위헌 소지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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