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기 파주 아트서비스 영화촬영소에서 있었던 영화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 촬영 현장 공개.(사진)
끔찍한 복수극의 주인공 금자, 이영애(34)가 복수와는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성녀 같은 표정으로 앉아 손을 모으고 있다. 유난히 갸름해진 얼굴에 의상은 갓 출소한 금자의 처지와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흰 드레스다. 지나치게 좁은 세트. 검정과 빨강이 뒤섞인 강렬한 느낌의 벽지(제작에 300만원이 들었다)도 눈에 띈다. 손을 마주잡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바닥에 엎드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끝에 "오케이" 사인이 난다.
다소 싱거운 장면이었지만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과 드라마 ‘대장금’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영애가 만난 작품인지라 국내 취재진 80여 명과 일본의 NHK,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홍콩 TVB TV 등 해외 취재진 110여명이 몰렸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박 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편. 한 남자로 인해 13년 동안 복역한 금자가 출소 후, 그를 찾아 복수한다는 내용. ‘한국영화 사상 피냄새가 가장 진동하는 영화’라고 소문난 처절한 복수극이지만 정작 금자는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다.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복수를 완수하는 비밀이 제목 ‘친절한 금자씨’에 담겨 있다.
이 날 촬영분은 전체 150개 신 중 초반부인 11번째에 해당한다. 금자가 수감생활을 함께 한 동료의 도움으로 거처를 얻고, 잠들기 전 기도하는 장면이다. 박 감독이 현장공개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이 장면을 설명했다. "관객이 정말 답답한 느낌이 들도록 세트를 작게 만들었습니다. 흰 드레스는 잠옷인데, 일부러 금자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도록 설정했죠. 화려한 벽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옥의 불꽃 같은 느낌 들지 않나요?"
"여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영애의 말처럼, 여배우가 단독주연으로 나선 진지한 영화는 흔치 않다. "‘복수는 나의 것’은 섬뜩하지만, 의외로 잘 봤습니다. 사실 그런 영화 하고 싶었어요. 내가 모르는 나를 끌어 내고 싶었거든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 감독은 복수 시리즈 완결편을 이영애 ‘원톱’ 영화로 기획한 동기를 "친구이기도 한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보고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의 칭찬에 이영애는 고개를 숙였다. "영애씨는 한국 여배우 중 톱클래스라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도 영애씨를 위해 기획되고 쓴 영화죠. 영애씨의 장점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다는 겁니다. 말하는 것도 촬영장에서 보셨죠? 소곤소곤하고…. 그런데 촬영 때는 주저함이 없습니다. 놀랄 만큼 섬뜩한 장면을 찍을 때도 말입니다."
‘복수’에 집착해 온 박 감독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이번에도 빠질 리 없었다. "복수는, 특히 개인적 복수는 금기인지라 더 매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영화 끝나면 당분간은 복수를 다루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현재 70% 가량 촬영이 완료된 ‘친절한 금자씨’는 7월 개봉 예정이다.
파주=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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