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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위독, 지금 바티칸에선…/ 내부분열·추기경 음모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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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위독, 지금 바티칸에선…/ 내부분열·추기경 음모설 제기

입력
200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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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바티칸궁이 어수선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위독한 가운데 교황저격 사건에 대한 추기경들의 연루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교황의 모습을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이 일어나는 등 교황청 내부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AFP통신은 "교황의 건강악화로 바티칸의 권력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1981년 5월 13일 로마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을 저격한 마흐메트 알리 아그자는 31일 옥중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그는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추기경들의 도움 없이는 암살시도를 할 수 없었다"며 "악마는 바티칸궁 안에 있다"며 추기경들의 연루설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투치 추기경은 "아그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그의 언급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아그자는 20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감옥살이를 한 후 교황의 사면으로 조국인 터키로 송환된 상태다.

지금까지는 저격 사건에 구 소련 정보기관인 KGB와 불가리아 비밀정보 조직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공산주의를 적대시하는 교황을 제거하도록 KGB가 불가리아의 비밀 정보 조직에게 지시를 내리고 아그자가 암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교황도 최근 펴낸 책 ‘기억과 정체성’(Memory and Identity)에서 아그자의 암살 시도에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부활절 미사 때 요한 바오로 2세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으로 바티칸 광장에 나타난 것을 놓고도 권력암투설이 나오고 있다. 바티칸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한 교황의 죽음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교황의 고국인 폴란드 언론 등은 부쩍 쇠약해진 모습으로 축복메시지도 끝내 읽을 수 없는 모습을 교황청이 보여줬어야 했냐며 연일 바티칸을 비난하고 있다. 폴란드 언론은 "제 2인자인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과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중에 누가 무엇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잡지 ‘예수’의 편집인인 빈센조 마라스 신부도 "교황의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오히려 그를 더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교황의 모습 공개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탈리아 주간지 ‘크리스천 패밀리’의 안토니오 시오르티노 신부는 "모습을 드러내면 그 분의 메시지가 더욱더 강력해 질 수 있다"며 공개를 주장하고 있어 교황 모습의 공개를 둘러싸고 내분이 일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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