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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김수영 7단 암투병 속‘불꽃 투혼'/ "죽는 날까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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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김수영 7단 암투병 속‘불꽃 투혼'/ "죽는 날까지 둔다"

입력
200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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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프로기사이자 바둑 해설가로 사랑을 받아온 김수영(61) 7단의 생명을 불사르는 투혼이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지난달 초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통증과 구토로 한달 새 25kg이나 살이 내리는 바람에 당당하던 체격은 보기 안쓰러울 만큼 초췌해졌다.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얘기에 항암 치료조차 부질없는 일이라며 거부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대국에 임하다 바둑판 위에서 죽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는 지난 달 21일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 예선장에 아내의 도움을 받아 모습을 드러냈다. 독한 진통제와 구토약 기운에 당장이라도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는 한 판의 공식 대국을 모두 소화해냈다. 그리고 1일 제39기 왕위전 예선전 장주주 9단과의 일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기원에 다시 나타났다.

사실 김 7단은 지난해 ‘이유’없이 병마에 시달리면서 한 때 삶을 정리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스승 조남철 9단의 사모님으로부터 온 전화 한 통이 마음을 돌리게 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병에 걸린 것을 모르고 사모님께 ‘내가 죽거든 모든 것은 수영이하고 다 상의하라’고 했더랍니다. 눈물이 쏟아집디다. 부모와도 같은 올해 여든 둘 스승보다 먼저 가는 불효를 저지를 수는 없었지요."

이날 한국기원 대국장에 들어서는 김 7단의 걸음걸이는 불안해 보였지만 표정만은 전혀 치명적인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 같지 않았다. "포석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집중이 잘 안돼" 결국 이날 판은 지고 말았지만 그는 삶과의 싸움에서는 전혀 돌을 던질 생각이 없다.

"바둑으로 치자면 나는 지금 대마가 몰린 상황입니다. 위기지만 냉정히 대처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요. 바둑에 임할 때 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듯, 모든 것은 하늘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김 7단의 표정에는 불꽃 같은 승부사의 모습이 살아 있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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