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접한 세계는 온 신경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쏟았다. 성당 앞 광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교황이 기도하는 신자들로 가득했다. 세계 곳곳의 성당에서는 특별 미사가 열렸고, 불교와 이슬람 등에서도 범종교적으로 그의 쾌유를 비는 행사와 성명이 잇따랐다.
그러나 교황청은 물론, 교황 스스로도 차분히 마지막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 급박한 교황청 = 31일 밤(현지시간) 교황청은"교황이 요로 감염에 따른 고열로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세계에 알린 뒤 부산하게 움직였다. 교황에게 마지막 영성체를 받게 하는 등 만약의 경우를 대비했고 세계 곳곳에서 추기경들이 속속 교황 곁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그의 서거를 공식 발표할 카밀로 루이니(74) 추기경은 급거 교황청으로 소환됐다. 처음에는 추기경들도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교황은 이틀 전 부활절 일요일에 창문에 모습을 드러내 성호를 긋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일 자정을 넘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교황은 특별한 기름을 바르고 기도를 했다. 가톨릭 7성사 중 하나인 병자성사로, 중병에 걸린 신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행사다.
교황은 이 날 게밀리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입원하지 않겠다"면서 교황청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청 출입기자들은 이를 교황이 최후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의 치료는 주치의와 중환자실 담당 의사 2명, 심장전문의,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두 명의 간호사 등 의료진 10여명이 맡고 있다. 교황은 오후에 주변에 "성서를 읽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성 베드로 광장 = 성당 앞에 진을 친 BBC와 CNN 등 세계의 보도진들은 1일 새벽까지도"교황의 의식이 또렷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과 "교황의 건강이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매우 심각한 상태다"는 뉴스를 번갈아 내보냈다.
접근을 금한다는 교황청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 신도 수천명은 성당으로 몰려가 촛불을 밝힌 채 눈물을 흘리며 철야기도를 올렸다. 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무릎을 꿇은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교황의 병세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기다렸다. 이탈리아 정당들은 교황의 병세가 위독한 점을 감안, 오는 6, 7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유세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 세계의 표정 = 교황의 고향 폴란드에서는 가톨릭 신도들이 아침부터 성당에 모여 교황 쾌유를 비는 특별기도회를 열었다. 교황이 처음 세례 받은 바도비체 성당의 성모상 앞은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신도들로 붐볐다.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의 성당도 특별 기도회를 준비했고 주민들은 교황의 서거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가톨릭 주교협회는 전국적으로 특별기도회를 연다고 밝혔고 가톨릭 신자 800만 명에 달하는 베트남에서도 수 많은 신도들이 성당에 모여들었다.
러시아정교의 타데우츠 콘드루세비츠 대주교는 모스크바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선행을 할 것"을 당부했다. 불교 국가로 알려진 태국,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 중국도 교황을 걱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 내 이슬람 교도들은 사원에서 교황을 위해 기도회를 가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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