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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생명의 어머니 흙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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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생명의 어머니 흙이 죽어가고 있다

입력
200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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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란 무엇인가? 육지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고 부드러운 미세한 물질이 있는데 이 속에는 약간의 유기물과 물, 공기가 포함돼 있다. 이것을 흙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수십억 종의 미생물이 활동하고 모든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생식하고 있으며, 모든 동물이 이들로부터 얻어지는 먹을 거리로 연결된 생명고리에 의지해 살아간다. 우주에서 지구만 흙을 갖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인간 역시 흙에서 나서 흙에서 나는 것을 먹고 흙과 더불어 살다가 장차 다시 흙으로 돌아갈 존재이다. 사람은 자연을 지배할 수도 없고 지배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사람은 특권이라도 지닌 양 오랜 세월 자연 위에 군림해 왔다. 그 결과 흙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고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졌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과제는 생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흙은 생명의 어머니이다.

그 흙이 중병이 들어 신음하고 있다. 흙은 어머니의 사랑과 같다. 사람들이 쏟아놓은 더러운 쓰레기를 받아들여 정화해 줌으로써 생명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화력에도 한계가 있는가 보다.

흙이 고통 받는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생명의 모태가 무너지고 나면 첨단지식, 첨단기술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명의 어머니인 흙 앞에 인간이 오만을 버리고 겸허하게 설 때 비로소 근원적인 죄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오염된 흙이 물을 오염시키고 오염된 물은 다시 흙을 오염시켜 흙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오염시킨다. 또 생명공동체의 상생(相生)의 고리를 끊어 놓고 있다. 병든 흙은 말이 없지만 우리의 후손에게 두고두고 보복할 것이 두렵다. 흙의 회복이 생명공동체 복원의 지름길임을 믿는다.

생활현장에서 가장 작은 일부터, 가장 쉬운 일부터 앞장서서 실천하는 것이 흙살리기 운동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음식 찌꺼기 남기지 말고, 유기농산물을 애용하고, 샴푸와 세제는 절반으로 줄이고,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는 적게 쓰고…. 이런 것이 흙을 살리는 일이요 이웃과 더불어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흙사랑 생명사랑을 실천한다면 윤리와 도덕이 살아나고 부정부패, 향락·퇴폐주의, 한탕주의, 물질만능주의 등 현대사회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이다. 생명의 새 바람이 일어날 것이다. 생명의 어머니 흙을 살려야 한다.

정진석 흙살리기 참여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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