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똥을 관찰하고 그것에 관해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똥은 완전히 나의 일부이며, 그 농도, 향기, 형태는 나의 기분, 나의 직업, 나의 삶의 방식에 상응한다." 살바도르 달리는 똥에 대해 거론하기를 꺼리거나 그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는 세태를 향해 일종의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뭐 그럴 것도 없겠다. 최근 줄줄이 똥과 화장실을 다룬 책들이 나온 걸 보면 그 당연한 일을 즐겁게 여기는 연구자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 말이다. ‘똥 오줌의 역사’(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문학동네 발행) ‘화장실의 역사’(야콥 블루메·이룸) ‘화장실의 작은 역사’(다니엘 푸러·들녘) 중에서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이름값으로 볼 때 단연 ‘똥 오줌의 역사’가 돋보인다.
식인풍습, 털, 유방, 자살 등 유별난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으로 이름난 프랑스의 저술가 모네스티에의 책은 인간의 배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른 백과사전이라고 할만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똥과 오줌이 종교와 신비학, 신학, 정신분석학은 물론 의학과 약학, 현대기호학, 성과학, 농학 등에서 얼마나 비중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러 사회의 배설 풍습도 세밀하게 묘사했으며, 문학과 미술에서 똥과 오줌이 얼마나 중요한 영감과 창조의 원천인지도 소개한다. 엄청난 정보와 고증 때문에 읽다가 절로 혀를 내두를 책이다.
‘화장실의 역사’와 ‘화장실의 작은 역사’는 독일과 스위스의 저술가가 화장실을 테마로 쓴 생활문화사이다. 고대 바빌론의 배수구덩이와 이집트 무덤 속 화장실에서 중세시대와 근대의 화장실까지 화장실의 역사와 배설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 변화를 조망했다. 인간이 일생 중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일까. 푸러의 대답은 "남자는 291일, 여자는 376일"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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